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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미술관에서 만나는 두가지색 '건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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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종이와 콘크리트'전 vs 서울시립미술관 '자율진화도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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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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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전세계 건축인들의 축제 ' UIA 서울세계건축대회'(3~10일)이 열린 9월, 서울 주요 미술관에서도 건축 관련 전시가 활발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을,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에서 '자율진화도시'를 각각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10년을 집중 조명하는 반면,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전통건축에 내재한 도교적 자연관을 토대로 도시 건축을 '자율진화'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건축 전시의 특성상 일반 관람객들에게 즉각적인 흥미를 끌 만한 시각적 역동성은 많지 않으나, 아카이빙 자료와 영상물 등을 차분히 훑어보며 도시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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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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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전

'종이와 콘크리트'전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1922-1988)과 김수근(1931-1986)이 타계하고, 분당·일산신도시가 들어서는 반면,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등 대형 건축물이 붕괴하는 등 도시 건축의 급속한 발전과 퇴행이 동시에 벌어진 10년의 명멸사를 되짚어본다.

'콘크리트'가 민주화 이후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시장 개방, 그리고 외환위기로 이어진 짧은 영화의 급속한 붕괴를 상징한다면, '종이'는 그에 대응한 우리 건축계의 각성과 이를 토대로 한 건축운동이 남긴 결과물이자 건축 집단이 추구했던 이념을 뜻한다.

전시의 얼개는 민주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태동한 청년건축인협의회(1987-1991를 비롯해 건축운동연구회(1989-1993), 민족건축인협의회(1992-), 4·3그룹(1990-1994), 건축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1993-2000), 서울건축학교(1995-2002), 그리고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1995-2006) 등 11개의 건축 집단을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청년건축인협의회 활동과 이들이 남긴 연구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청년건축인협의회는 도시 빈민 문제, 재개발·재건축 문제에 대해 대응하고자 했던 청년건축인들의 모임으로, '청년건축'이라는 기관지를 발행하며 활동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진보 건축 집단으로서 이들은 진보적인 역사이론을 전파하며 '소필지' 개발, 용산 공원화 사업 등 오늘날에도 유효한 도시건축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서로 다른 입장과 태도를 지녔던 건축집단들이 건축계 내·외부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적 토대를 쌓기 위해 분투했던 이 시기, '콘크리트' 세계에 대응하고자 했던 '종이'의 가치와 유산을 다층적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2018년 2월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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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진화도시'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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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자율진화도시'전

'자율진화도시'전에는 좀 더 다양한 미디어들이 등장한다. 아카이브는 물론 건축 모형 전시,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상물 상영, 현대미술로 푼 설치 작품 등 볼거리가 다채롭다. 전시는 미래 도시건축의 비전을 '자율진화'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간, 삶은 무엇인지 탐색해보길 권유한다.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동여지전도' '도성도' '수선전도' '동궐도' 등 디지털 사본을 사진작가 배병우의 종묘 사진, 박종우의 종묘 영상 등과 함께 보여준다. 특히 지도에서는 14세기 조선왕조가 들어선 이후 한양 도성의 건축적 풍경이 풍수지리와 유교적 개념에 의해 형성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도시 욕망'의 상징이 된 서울 강남도 되짚어본다. 강남은 1960년대 후반 근대적 도시개발 모델에 따라 만들어진 후 서울의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전시에서는 강남이 탄생하는 과정에 나타난 근대 도시계획의 이념과 그에 상응하는 건축 유형들을 '진화'의 측면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건축가 김찬중의 'KH바텍 사옥', 정기용의 '코리아나 아트센터 스페이스 C' 등 건축 모형들이 함께 전시됐다.

2000년을 전후로 디자인된 송도시와 세종시도 다뤘다. 두 도시의 건축 개념을 보여주는 모형과 영상, 다이어그램들과 함께 민현식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병윤의 '아시아출판 문화정보센터' 등 도시의 '목가성'을 보여주는 건축물들의 모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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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도시진화'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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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들의 작업도 있다. 구부요밴드(플라잉시티)의 '탈영병'(2017)은 3개의 독립된 키네틱(움직이는) 조각과 영상, 사운드가 결합된 작품으로, 명징한 타격음이 배경 소리로 반복되며 점멸하는 공간, 사라지는 도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송진영의 '함께 살기', 최수희·정대건의 '시티 미니멀리즘', 신이도·최찬숙·올리버 뢰버의 '자율진화 도시회복패치' 등 국제 아이디어 현상공모전에 당선한 3개의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는 11월1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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