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북 추가제재 때마다 주목되는 행보… 자국 안정 유지하면서 경제적 압박 대책은



9월 3일 정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경제제재 논의가 나올 때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행보다. 이미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무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청샤오허 베이징 인민대학 국제학부 교수 등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중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3가지 입장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은 여러 차례 핵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놨다. 핵실험 당일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의 외교부는 이런 움직임(핵개발)에 분명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환구시보는 “만약 북한이 선을 넘는다면, 지금의 북·중관계라는 틀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중국이 말하는 ‘선’은 무엇일까. 미국이 말하는 ‘레드라인’과는 다르다. 환구시보는 ‘선’을 언급한 직전 문단에서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거론하며 “동북지역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의 동북지역을 절대 오염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환경 안전이 중국이 인내를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선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중국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동북지역의 오염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 등 서방세계가 북한 핵실험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물리는 것에 반발했다. 9월 6일 환구시보 사설은 중국 내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환구시보는 “국제사회도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능력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북한이 중국의 종속국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프라 건설이나 하이테크 기술 개발은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이 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북한 핵문제의 원인을 서방세계, 특히 미국에 돌렸다. 7일 환구시보는 “서방이 북한 핵문제에서 중국을 조종하는 데 실패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했다. 여기서 환구시보는 서방 언론이 중국을 향해 북한을 거칠게 대하라는 ‘프로파간다 압력’을 행사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듯 “지구 전 대륙의 다른 나라들을 침략해온 나라가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고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비이성적 국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가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2002년만 해도 북한의 대외무역 중 중국의 비중은 32.6%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인 2007년에는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56.7%로 올라갔다. 2012년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88.3%를 기록했고, 이후에는 90%를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북한의 대외무역 중 92.7%가 중국과의 무역이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일-김정은 승계과정에서 대중 의존도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 경제 리뷰’ 2017년 7월호에 따르면 북·중 교역규모는 2007년 19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 34억 달러, 2011년 56억 달러로 갑자기 늘어난 뒤 북·중 교역규모는 56억~65억 달러를 오가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올해 상반기 북·중 무역 액수는 25억 달러로, 특히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향신문

■북·중 무역에 의존도 높은 동북3성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임수호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가 통과된 이후 중국은 북한의 제1 수출상품인 무연탄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안 2321호는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안이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과 중국 사이의 석유 거래량은 중국의 비공개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연탄은 비공개 무역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북한 남포항에서 중국 산둥성까지 배로 실어날라야 하는데 이것을 숨기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DI의 ‘북한 경제 리뷰’에 의하면 올해 들어 북·중 교역에서 무연탄 거래가 끊긴 대신 북한의 철광석 수출액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연간 무연탄 수출액은 10억 달러가 넘는 반면, 철광석은 훨씬 적은 연간 2억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무연탄 수출을 끊은 것만으로도 북한에 상당한 부담이 가는 경제제재”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 직후 바로 동북3성 지역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이 지역이 북·중 무역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6일자 환구시보 사설에서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과 북한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과 북한의 경제관계는 한쪽이 한쪽을 돕는 관계가 아니라, 시장경제에 기반한 관계가 됐다는 게 환구시보의 설명이다. 중국의 동북3성 중 랴오닝성과 지린성은 중국 내에서도 북·중 무역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지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은 랴오닝성에 9억5300만 달러를 수출했고, 13억7700만 달러를 수입했다. 지린성에는 3억4400만 달러를 수출했고, 6억3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북·중 무역이 단절된다면 랴오닝성과 지린성도 어느 정도 경제적인 타격을 입는 셈이다.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린성의 경우, 대외무역의 대부분이 북한과의 교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국도 자국의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미국은 중국이 연간 50만t 규모로 추산되는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길 원하지만, 이는 북·중관계라는 오래된 협력관계를 무너뜨릴 수준의 위험한 제재다. 임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 내에서는 아직도 북한을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유로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가해질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들어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불안요소다. 최영운 KDI 전문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김정일-김정은 정권 교체기인 2011년 이후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 러시아로의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취업허가증을 가진 러시아 내 북한인은 3만400여명이다. 이는 러시아 내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16.67%에 달한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없다. 중국 내 탈북자 수만 해도 10만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있다. 일단 중국 국가여유국 통계상으로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중 ‘파견근무’에 속하는 이들은 2015년 기준으로 9만4200여명으로 나타났다.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경제활동은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정확한 경제교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