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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SK이노베이션, 물가연동 임금인상 국내 첫 합의…"다른 계열사 확대 가능성 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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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기준으로 교섭 기간 단축 등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할 것"
SK이노베이션, 생산성·생애주기별 임금체계 도입도..기본급 1% 상생 기부

SK이노베이션(096770)노사가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0%를 반영한다. 호봉제인 생산직 임금은 호봉 승급분 2.7%에 1%를 더해 3.7% 오르고, 연봉제인 사무직의 경우 인상률 1%에 성과 평가에 따른 승급분을 더해서 임금이 결정된다. 이같은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원칙은 SK그룹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을 놓고 매년 노사간 갈등이 심한 산업계에 SK그룹의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원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 원칙은 합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교섭 기간을 단축해 노사관계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일 2017년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교섭 잠정 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73.5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안은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된 임금인상률 ▲사회적 상생 기부금으로 기본급 1% 출연 ▲근로자의 역량·생산성 향상도 및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한 임금구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수다. 통계청은 총 소비지출 중에서 구입 비중이 큰 약 460여 개 상품과 서비스 품목들을 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조사된 소비자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한다.

조선비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9일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와 함께 가는 기업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K그룹




◆ 물가 연동 임금 외 생애주기 종합한 임금체계 도입…’딥체인지 2.0’ 상생 기부금도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외에도 생애주기별 자금수요를 고려한 임금구조 등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하게 상승하는 기존 임금체계를 근로자의 역량, 생산성의 향상도,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차별 상승 폭을 조절하는 임금구조로 바꾼다.

회사 관계자는 “결혼·출산·자녀교육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30~40대에는 임금 인상분이 높고, 정년에 가까워지면 인상분이 0에 가깝게 임금체계를 설계할 것”이라며 “받는 총액이 바뀌지는 않지만, 자금 수요를 감안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통계청




SK이노베이션 노사의 기본급 1% 사회 상생 기부금 출연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선언한 ‘딥 체인지 2.0’의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서든 데스(Sudden Death·급사)’론을 들고나와 사업, 조직, 문화 등에서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역설한 데 이어 올해는 이에 사회적 가치를 더한 '딥 체인지 2.0'을 새로 제시했다. 딥 체인지 2.0은 그룹내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SK㈜는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이윤창출’ 문구를 없애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 다른 계열사 확대 가능성도 커… “한국형 노사 교섭 새로운 패러다임”

SK그룹 내 최대 생산 노조를 지닌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로 두 회사 노조의 움직임은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

SK그룹 관계자는 “노사 합의 문제가 있겠지만, 그룹 내 다른 노조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역량·생산성·생애주기를 고려한 임금체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본급 1% 기부안도 SK하이닉스(000660)에서 먼저 시행한 제도”라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매년 관행처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까지 걸리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인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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