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북미 담판에 시선을 두고 있는 북한의 의도적인 초고강도 도발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게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고심의 지점입니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할 것으로 관측됐던 정권수립일(9·9절)을 넘기는 등 제6차 핵실험 이후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지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발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어 긴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의 안보위기 국면에서 불가피하게 꺼내 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의 북한 도발은 물론 9·9절 계기 동향, 사드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9·9절을 넘기고 아직 추가도발 동향은 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잠시 뒤로 한 채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북 원유 차단을 핵심으로 하는 전례 없는 초강경 안이 회람됐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궁극적인 외교적·평화적 해법을 유지하는 문 대통령도 새 결의안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군사적 해법 불가를 주장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내 매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결의안 통과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북한 문제에서 파생된 사드 추가배치 이슈는 또 다른 측면에서 문 대통령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있습니다. 성주 현지 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한 데다 지지기반인 진보세력의 일부가 '촛불 배반'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드 추가배치에 대한 입장문을 전격적으로 낸 바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심리적 안정에 더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고, 한편으로는 사드 배치를 강조하는 미국의 또다른 대북 군사옵션 주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복합적인 판단이라는 게 문 대통령 언급의 행간에서 읽힙니다.
입장문에서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표현을 세 차례나 쓰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데에서도 문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드 추가배치로 간극이 더욱 벌어진 대중(對中) 관계 극복 문제도 고민거리입니다.
중국은 북핵실험에 유감을 표하고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상황을 엄중히 보면서도 문 대통령의 통화요청에는 무응답입니다.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를 확인할 다음 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 추가배치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에 적어도 대회 전까지는 중국이 강경한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이런 복잡한 국면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지론에 따라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안보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 없이 머리를 맞대자고 했고, 주요 계기마다 안보 책임자를 야당에 보내 보고해왔습니다.
청와대는 장외투쟁을 선언했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11일 국회 복귀를 계기로 상설협의체 구성에 대한 진지한 협의를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안보 상황 해법 공유를 위해 이미 제안했던 여야대표 회동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여야 상설협의체 구성에 대해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고, 대표초청 회동에도 "들러리 서지 않겠다"고 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18∼22일 미국 뉴욕 방문길에 유엔 총회에서 잡힌 기조연설은 현 국면과 맞물려 주목되는 포인트입니다.
독일에서의 신(新) 베를린 선언과 쾨르버 재단 연설, 러시아에서의 동방포럼 연설 등을 통해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와 평화적 방법의 북한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던 문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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