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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취임 100일 맞은 李총리…종횡무진 '소통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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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소통왕 여니’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붙은 애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니’처럼 최근 활동보폭을 활발하게 넓혀가고 있는 이 총리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이다.

이 총리가 그간 행보에서 보여준 전직 총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통이다. 9일 현재 이 총리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3만2600여명으로, 취임 이후 거의 2배로 늘었다. 총리실 측은 “역대 어느 총리와 비교해도 월등히 빠른 속도로 SNS 친구가 늘고 있고, 그만큼 활발하게 소통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역대급 소통 능력

취임 직후부터 가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현장 시찰과 대책회의가 잦았음에도 이 총리는 직접 SNS에 자신의 활동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열정을 보였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거의 매일 글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바지 뒷주머니에 늘 수첩을 넣어 다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을 꺼내지 못하는 공식행사에서는 수첩에 소감 등을 메모했다가 다음 일정을 위한 이동시간 등을 활용해 글을 올린다. 지난달 4일에는 직접 번개 모임을 제안해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영화 ‘택시 운전사’를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선착순으로 20명까지 신청을 받았는데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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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8월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에서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 를 관람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그렇다고 이 총리가 온라인 소통에만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이 총리는 취임 직후 “역사상 가장 막걸리를 많이 소모하는 총리 공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실제로 꾸준히 현역 국회의원과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공관으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함께 했다. 야당 지도부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모두 공관을 거쳐갔고, 최근에는 장관급 이하 정부 관계자들이 주로 초대되고 있다고 한다. 정의당 지도부 만찬 때는 이정미 대표의 고향인 부산 막걸리를 내놓고, 청와대 참모진과의 저녁 자리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고향인 전남 장흥 막걸리를 대접하는 식으로 참석자들을 잘 챙겼다는 후문이다.

◆악재에 발목 잡힌 존재감

이 총리는 자치단체장(전남지사) 경험을 살려 내각의 조정자로서 내치를 통괄하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총리’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고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매주 월요일 정례오찬 회동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이해찬 총리가 존재감을 키우며 ‘실세 총리’로 군림했던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취임 직후부터 이 총리에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청와대가 내각의 결정사항을 직접 챙기고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대적으로 이 총리 고유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준비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정권인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도 맞물렸다. 이 총리가 실질적인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내각 인선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청와대가 직접 정책결정과 진행사항을 챙기면서 이 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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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측은 이 총리가 구상한 내각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쳐놓고 사태수습과 예방대책 마련에 집중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취임 100일 동안 초여름 가뭄에 이은 충청지역 폭우, 구제역과 AI, 살충제 계란 파동과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공관병 갑질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의 사후처리에 상당 부분 공을 들였다. 총리실 내부에서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배포한 인사말에서 “계란 살충제 파동과 여성용품 등의 화학물질 우려는 정부가 조속한 해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혼선과 미숙을 드러내며 많은 국민께 불안을 드렸다”며 “수능개편 등 교육현안에 대해 내각은 차선책을 찾았지만, 관련되는 국민께 혼란을 드렸다. 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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