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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운전사 없어 경리가 차 몰다 '꽝'…누가 물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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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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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업무가 아닌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경리에게 회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상권이란 다른 사람 대신 돈을 갚아준 사람이 그 다른 사람에게 다시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사가 교통사고를 낸 회사 직원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직접 차를 운전한 장모씨에게 구상권을 20%로 제한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장씨는 A사에서 일하는 경리 직원이었다. 장씨는 교통사고 당일 부장인 박모씨가 출장을 나가는데 운전을 맡을 사람이 없어 평소 자신의 업무가 아닌 운전을 대신 맡게 됐다.

그러다 장씨는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그런데 A사의 차량은 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나 운전자 연령한정특약 때문에 장씨는 이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장씨는 퇴사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상대 측 보험사에 지급한 돈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보통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운행자와 운전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보험사가 운행자에게 돈을 받으면 운행자가 실제 운전자에게 그 돈을 청구, 구상권을 행사한다. 여기서는 운행자(자동차 소유주)인 A사가 운전사고를 낸 직원 장씨에게 구상권을 행사, 해당 금액인 3억2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회사는 사용자가 직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행해진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경우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 장씨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를 장씨에게 구상하게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장씨가 업무상 지시에 따라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면서 “지급한 돈이 거액이며 장씨가 강제로 운전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던 점을 비춰볼 때 구상권 범위는 신의칙 상 지급한 돈의 20%로 제한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장씨는 3억2000여만원의 20%를 회사에 낼 처지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사가 장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장씨는 평소 운전업무 담당이 아니었던 점, 장씨가 이 차량을 운전할 경우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차량을 운전한 것은 A사의 필요 때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A사가 장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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