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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7 (수)

대법 "非운전업무 직원에 회사차 운전시켜 교통사고..구상권 행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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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시로 직원이 회사차량을 운전해 교통사고를 유발한 경우 회사가 피해자에 대신 배상을 했더라도 직원이 평소 운전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별도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중소기업 H사가 전 직원 장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13년 7월 H사 부장 박모씨는 거래처로 출장을 나가는데 회사 차량을 운전할 직원이 없자 3개월 전 경리로 입사, 평소 운전업무를 하지 않았던 직원 장씨에게 차량 운전을 맡겼다. 하지만 장씨는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자 최모씨에게 전치 6개월의 중상해를 입혔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11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퇴사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최씨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담보특약이 포함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동부화재는 최씨에게 88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H사 등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H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2015년 동부화재에 7200만원을 지급한 데 이어 최씨가 별도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지난해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이 성립됐다.

이에 따라 H사는 장씨 등을 상대로 교통사고로 회사가 부담한 3억 2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통해 차량 운행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산할 수 있었던 회사가 장씨에게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민사상 책임까지 전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장씨의 차량 운행 및 사고발생 경위 등에 비춰 공평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구상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장씨는 운전자연령한정특약에 의해 회사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지만 사측이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회사가 청구한 금액의 20%인 6400여만원을 장씨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은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한 번도 운전업무를 담당하지 않던 장씨가 운전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당시 조수석에 탑승했던 부장 박씨는 전방주시의무 등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위험을 알리는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차량을 운전하도록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회사가 사용자로서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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