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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시댁서 여행 가자네요"…황금연휴가 고달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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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맡길 곳 없는 맞벌이 '고민', 소방관 "상대적 박탈감 더 커"]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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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딸을 키우는 맞벌이 김지훈·이승연씨 부부는 내달 열흘간의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근심이 크다. 이 기간 중 사흘은 둘다 직장에 나가야하는데, 어린이집이 쉬어 아이 맡길 곳이 없기 때문. 김씨는 "육아도우미를 급하게 구하고 있는데 연휴라 구하기도 어렵고, 믿고 애를 맡길 수 있을 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혼 3년차에 직장을 다니는 유모씨(여·29)는 길어진 추석 연휴가 두렵다. 10월2일 임시공휴일이 확정된 후 시댁에서 3박4일 여행을 가자고 했기 때문. 유씨는 "추석은 추석대로 음식 만들며 시댁에서 보내고 긴 연휴에 시부모님과 여행까지 갈 분위기"라며 "차라리 직장에 나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9월30일(토)부터 10월9일(월) 한글날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꿀연휴'가 더 고달픈 사람들이 있다. 업무 특성상 연휴에도 일을 해야해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이들도 있고,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가게 주인들도 있다.

서울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모 소방관은 연휴가 남의 얘기다. 2조3교대 근무를 하는데 올해는 추석(10월4일) 저녁 출근하게 됐다. 소방관 업무 특성상 화재·교통사고 등이 발생하면 24시간, 365일 비상이라 명절이나 공휴일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제사를 지내다가도 현장에 달려가야 한다. 그렇다고 수당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이씨는 "남들 놀 때도 못 노니까 정신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라며 "올해는 연휴가 길어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가족들에게 더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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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성호씨(45)는 10월2일 임시공휴일이 확정된 뒤 지난해 추석 연휴가 떠올라 불안감이 커졌다. 가게가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기 때문에 연휴만 되면 매출이 급감한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매출이 평일보다 30~40% 줄었다. 최씨는 "인근 가게 주인들도 추석 얘기만 하면 한숨부터 쉰다"며 "대부분 직장들이 쉬니까 손님이 없어 벌써부터 텅 빈 가게 모습이 눈에 훤한데, 열흘 내내 아예 가게 문을 닫아야하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친지 방문 때문에 강아지·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연휴 기간 집에 홀로 둬야 하는 사람들도 근심이 많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성미씨(29)는 추석 연휴 10일 중 7일 정도 집을 비울 예정이다. 이틀은 친정, 이틀은 시댁, 나머지 사흘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이씨는 "반려견이 주인과 떨어지는 것을 유난히 불안해 하는 성격"이라며 "애견 호텔을 알아보고 있는데 믿고 맡길만한지 잘 모르겠고 하루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맡겨야 해 비용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연휴가 너무 길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미혼 직장인 정민우씨(32)는 연휴 계획을 아직 잡지 못했다. 관광지에 가서 사람들에 치이는 것도 싫고, 평소 취미도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거나 지인들과 술마시는 것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연휴기간 동네 다니는 스포츠센터는 문을 닫는다. 친한 지인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워 여행을 간다고 벌써 들떠있다. 정씨는 "친구들은 여자친구·아내와 놀러간다고 하는데 애인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외롭기만 할 것 같다"며 "긴 연휴가 달갑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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