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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자살예방③] "국가 개입하면 자살률 낮출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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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인터뷰

"예방책은 다 나와 있지만 관심과 의지 부족"

뉴스1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중앙자살예방센터 제공)© News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작년 가을 자살예방사업비 삭감을 막기 위해 민간인 신분으로 담당공무원에 매달리다시피 요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등 기초적인 인프라 없이는 모든 것이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신의학전문의로 아주대 의대 교수인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세계자살예방의날을 앞두고 뉴스1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전문인력, 인프라 구축 등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한국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6.5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하지만 자살을 관리하는 국가의 노력은 부족해만 보인다. 올해 복지부에 편성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99억원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2위 일본(18.7명)의 예산이 750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홍 센터장은 "전세계적으로 국가가 개입해 노력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고 자살예방사업의 노하우는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공약사업 중 자살예방사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제까지 어떤 정부도 자살예방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없었지요"라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OECD 평균수준 이하, 더 나아가 자살률 제로를 목표로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타까운 사실은 자살예방사업에 해마다 예산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공약이 빈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적어도 예산이 같은 수준으로 반영되는 일이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며 "예산과 인력 없이 말뿐인 자살예방사업은 공허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홍 센터장은 2014년 노인자살예방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자살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2016년부터는 중앙자살예방센터장직을 맡게 됐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해 보건복지부 지정기관으로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자살 시도자를 공감하는 마음, 그리고 깊은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유가족을 도와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와 함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지원이다.

지난 2011년 자살예방법이 만들어졌고 2012년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한국의 자살률은 조금씩이나마 하락하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홍 센터장은 "지난 5년간 자살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노력하면 실제 자살률이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확실한 추진동력으로 근거중심의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해나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자살사고와 관련해 상담을 24시간 받아주는 전화서비스도 여러 개 있고, 241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28곳의 자살예방센터 등도 운영되고 있다. 또 자살사고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 상담 및 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게이트키퍼도 올해까지 34만명 양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와 근무여건 등이 좋지 않아 전문가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홍 센터장의 설명이다.

홍 센터장은 "유능한 직원들이 미래진로 및 복지후생의 문제로 타기관으로 이직하게 됐을 때 가장 안타까웠죠.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우리나라 자살예방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기관이지만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이 아니어서 마음이 아픔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이 있고 숙련된 직원이 많을수록 사업성과가 높은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라며 "자살예방업무는 감정적 소진이 매우 심해서 이직률도 높아요. 숙련되고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앙 및 지역에서 자살예방사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처우 및 근무조건이 개선돼야 사업성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yj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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