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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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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ㆍ연출가. pjg5134@munhwanews.com

▶ 공연메모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
- 공연명 유리디스
- 공연단체 극단 바람처럼 코르코르디움 극단 여행자
- 작가 장 아누이
- 번역 황시백 김도영
- 연출 전중용
- 공연기간 2017년 8월 22일~9월 10일
- 공연장소 성북동 여행자극장
- 관람일시 8월 22일 오후 8시


[문화뉴스MHN 아띠에터 박정기] 성북동 여행자극장에서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 공동제작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를 관람했다.

장 아누이(Jean Anouilh, 1910∼1987)는 1910년 보르도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덕분에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샹젤리제 극장에서 자주 공연을 관람했는데 1928년 공연된 장 지로두(Jean Giraudoux)의 <지그프리트(Sigfried)>에 완전히 매료되어 연극을 하기로 결심한다.

당시 샹젤리제 극장의 상임 연출가였던 루이 주베(Louis Juvet)의 비서로 취직하게 되면서 연극계에 몸담게 된다. 1932년에 발표된 첫 작품 <흰 담비(Hermine)>가 성공을 거두자 아누이는 극작가의 길에 전념하기로 한다. 이후 조르주 피토에프(George Pitoeff)의 연출로 1937년에 공연된 <짐 없는 여행자(Le Voyageur sans bagage)>의 대성공으로 아누이는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1937년에 만난 연출가 피토에프와 앙드레 바르자크는 장차 연출가로서도 활동하게 되는 아누이에게 무대 공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 준다.

<짐 없는 여행자>, <안티고네>, <도둑들의 무도회(Le Bal des voleurs)>, <종달새(L´Alouette)>, <베케트 또는 신의 영광(Beckett ou l´Honneur de Dieu)> <투우사의 왈츠(La Valse des Toréadors)> 그 외에 50여 편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장 아누이의 작품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주제에 따라 '검은 희곡', '화려한 희곡', '장밋빛 희곡', '익살스러운 희곡'으로 분류된다.

번역을 한 황시백은 195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교 불어교육과에서 공부했다. 속초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고, 또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불어선생을 하면서 희곡 <유리디스>를 번역했으나 아무도 공연을 하지 않았다. 시골 불어선생이라 얕잡아봤기 때문인가? 황시백은 농사를 짓는 농부였고 동무들 집을 짓는 목수였다. 그는 동무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싶어 했다. 그런 그가 평생 기대고 싶어 했던 것은 아이들, 함께 나누는 밥상, 괭이로 곡식 일궈 먹는 산자락이었다. 그가 기대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가 평생에 걸쳐 지켜 내고자 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 내면서 스스로 땅을 일궈 함께 나누는 밥을 먹고 싶어 했던 그는 세상을 지독히도 사랑했고, 세상은 그를 불편해했다. 그러했기에 그의 영혼은 세상과는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

황시백이 쓴 <애쓴 사랑>은 세상을 사랑했던 한 영혼이 써 내려 간 아름다운 불화의 내면을 기록한 것이다. 세상과 싸웠던 사람. 그러나 그의 싸움은 이기는 일이 아니라, 언제나 지는 길을 택하였으며, 지는 것으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진정을 지켜 낸 사람. 그이의 싸움은 가난과 밥상, 아이들에서 시작하였고, 밭고랑에 돌을 고르는 것으로 그 싸움의 맨 마지막 자리를 지켰다. 초라하고 헐벗은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몸을 낮춰, 지독히도 세상을 사랑하였기에 끝끝내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 영혼 황시백이다.

1951년 마산에서 태어나 2008년 사잇골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그이는 불어교사였고, 농사꾼이었고, 목수였고 떠오르지 않은 작가였다.

연출을 한 전중용은 중견배우다. <괴물이 산다> <빛의 연인들> <공장> <히에른 완전한 세상> <로드 시어터> <돌연히 멈춤> <두 코리아의 통일> <죽음과 소녀> <벨기에 물고기> 등에 출연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1946년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 감독의 영화 오르페가 기억에 남는다. 장 마레(Jean Marais, 1913~1998)가 오르페, 마리 데아(Marie Dea, 1912~1992) 유리디스로 출연하고, 줄리엣 그레코(Juliette Greco)가 데뷔한 영화다.

<흑인 오르페(포르투갈어: Orfeu Negro)>는 1959년 브라질에서 제작된 마르셀 카뮈(Marcel Camus.1912~1982). 감독의 영화이다. 브라질의 시인 비니시우스 지모라에스가 극본을 쓴 연극 《Orfeu da Conceição》을 영화한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의 비극을 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축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옮겨놓은 것이다. 영화는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필자는 영화 <흑인 오르페>의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 1927~1994)이 작곡한 주제가가 기억에 남고, 오르페가 유리디스의 시체를 안고 가면서 하는 마지막 대사 "밤은 새어가오, 내 마음은 잠들은 비둘기처럼 평화롭소, 유리디스 내게 새 날을 마련해 줘서 고맙소, 당신은 내 가슴 속에 있고 나는 잠자는 아이처럼 평화로운 당신 속에 있소."라는 대사와 영화의 도입에 오르페가 어린이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기타소리를 들어야 태양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떠오른다 라는 이야기를 하니, 동녘 하늘에 태양이 떠올랐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 어린이들이 죽은 오르페 대신 기타를 연주하면서 태양이 떠오르던 감격스러운 장면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

<흑인 오르페>는 195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1960년 아카데미 영화제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961년 BAFTA상 최우수외국어 영화상도 수상했다.

1999년에는 카를로스 디에구에스(Carlos Diegues) 감독에 의해 <오르페우>란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장 아누이 작 <유리디스>를 1991년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는 조르쥬 윌슨 연출, 소피 마르소가 유리디스, 랑베르 윌슨이 오르페로 출연했고, 2000년 뉴욕 공연에서는 리처드 버튼이 오르페, 도로시 맥과이어가 유리디스로 출연했다. 2003년에는 사라 룰(Sarah Ruhl)의 <유리디스> 공연이 있었다.

무대는 객석이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가 무대다. 벤치, 의자, 침상이 배치되고, 대각선으로 세운 두 개의 철제 봉에 여러 방향의 표지판을 달았고, 그 옆에 화분을 올려놓은 대가 있다. 달리는 기관차의 정지음향이 연극의 도입과 장면전환에 따라 효과적으로 들려나오고, 출연자들의 동선은 무대 양쪽 객석 뒤를 돌기도하고 출입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악사 오르페와 아버지가 여행 가방을 들고 등장해 역에 대기하고, 거기에 이동극단 단원인 유리디스가 등장한다. 유리디스는 어머니와 잠시 헤어져 우연히 오르페와 대면한다.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처음 본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운명처럼 다가간다. 오르페는 함께 떠나려던 아버지와, 유리디스는 극단 단원들과 헤어진다. 단원 중에는 유리디스의 애인인 마티아스가 있어 그녀가 보이지를 않으니 찾아다닌다.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사랑을 맹세하고 숙박업소에서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두 사람이 일어나 함께 식당으로 가려고 하니, 유리디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데가 싫다며 자신이 혼자 나가서 음식을 사오겠다며 나간다.

그 사이 유리디스의 애인 마티아스가 등장하고 이동극단 단원들이 등장해 유리디스를 찾는다. 그 사이 유리디스는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장면이 바뀌면 앙리라는 죽음의 사자가 등장한다. 오르페에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조건을 달아 저승으로 간 유리디스와 해후하도록 만든다. 저승에서 유리디스를 만난 오르페는 그녀를 정면으로 보지를 못한다. 함께 이승으로 나오려고 해도 정면으로 보는 순간 다시 저승으로 가게 되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반기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어찌 쳐다보지 않을 수 있으랴?

결국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정면으로 서로 쳐다보게 되고, 영원한 이별로 향하게 된다.

대단원은 홀로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가 트렁크를 들고 등장해 오르페를 반기며 아들과 함께 순회연주를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강해진이 유리디스, 김태훈이 오르페, 전규일이 아버지, 김은희가 저승사자 앙리, 권택기가 벵상, 이서원이 유리디스의 어머니, 조찬희가 극단 단장, 정은성이 유리디스의 애인 마티아스, 김유남이 단원 겸 전령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유리디스가 호흡섞인 대사와 시를 읊듯 어미를 길게 늘이뜨렸으면 더 좋고 인상적이었을 것을....요즘 젊은 배우들 같이 또박 또박 사무적인 대사를 하듯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는, 감정을 상승시키고 소리는 호흡을 섞어 낮게 했으면 훨씬 낳았을 터인데.. 그런 연기였다면 예쁜 모습에 금상첨화가 되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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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유영봉, 조명 노명준, 음악 이경준, 의상 분장 전주영, 음향 정혜수, 드라마터그 양정현, 기획 코르코르디움, 음향오퍼 박아름, 조연출 조명오퍼 정인혜, 움직임지도 김지연, 아코디언지도 천정하, 탱고지도 강미선, 바이올린지도 변민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 공동제작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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