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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근로기준법 개정 급물살…기업경쟁력 고려해 임금체계 수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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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임금 후폭풍 ◆

매일경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통상임금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통상임금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어 정부가 통상임금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불필요한 노사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통상임금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맞게 정기·고정·일률 요건으로만 정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안을 기초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정기·고정·일률이란 '추상적' 요건만으로 개정될 경우 복잡한 수당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통상임금 분쟁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임금 범위를 일관성 있게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으로는 임금체계를 노사 합의를 통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가 넓혀져서 사실상 기본급이 늘어난 만큼 수당을 줄이면서 기본급의 호봉제적 성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직무급, 직능급 등 능력에 기반해 임금체계를 개편할 경우 단기적으로 총 인건비가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불합리한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어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산업계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내년 경영계획을 어떻게 준비할지 한숨만 나온다. 분명한 건 플랜A(최선의 시나리오)가 아닌 플랜C(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현대차 롯데 등 국내 주력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패소 등 고용시장에서 연달아 메가톤급 정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주요 그룹들의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작업이 대내외 최악의 리스크를 상정한 '플랜C'로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등 고용 이슈는 지금까지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1986년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취약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만들어졌다. 최저임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 당시 월평균 월급은 주 44시간 기준 90만원 남짓으로, 올해 월평균 임금 340만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당시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기준인 산입 범위에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만을 인정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같은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임금이 4배 이상 오르는 동안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무르는 대신 정기상여금 등을 대폭 올려 임금 총액을 맞추는 게 그동안 노사 간에 합의된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총급여가 연기준 4000만원 넘는 대기업 근로자들도 기본급이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에 미달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됐다. 반면 시간 외 수당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월평균 임금이 올라가면서 계속 범위가 확대됐다.

당초 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에서 나아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정기·고정·일률이란 세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모두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것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선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범위'가 달라지면서 어느 기준으로 인건비를 계산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모순'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애로사항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노사 관행을 무시한 채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통상임금은 최대한 '다 포함하라'고 넓게 가져가고 대신 최저임금은 '상여금을 빼라'는 식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통상임금발 분쟁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115곳(100인 이상 사업장)에 달한다. 1일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 중 450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장사는 총 23곳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9.3% 수준이다. 이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도 통상임금과 같이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한국은 상여금, 숙식비 등을 산입 범위에서 제외하는 반면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는 이 두 항목을 모두 포함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김정환 기자 / 나현준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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