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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양희송의 내 인생의 책] ④ 폭력과 성스러움 | 르네 지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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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희생양은 누구인가

경향신문

르네 지라르는 천재다. 그의 책을 읽으며 여러 번 탄성을 질렀다. 문학작품의 원형적 구조를 ‘모방 욕망’과 ‘욕망의 삼각형’으로 직관해낸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신화 속에 내재된 원초적 폭력과 희생양의 논리를 갈파한 <폭력과 성스러움>으로, 그리고 이를 기독교와 세계 종교를 해부해서 대조시킨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에 이르기까지 그는 표층을 뚫고 내려가 그 토대와 기원과 뼈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일인자였다.

그는 모든 성스러움은 그 기원에 원초적 폭력을 은폐하고 있다고 본다. 국가의 성립이든, 종교의 시작이든, 민족의 등장이든 필연적으로 그 이전의 질서 안에서 응축된 모순과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를 갖고 있으며, 난폭하게 이를 찢고 나오는 집단적 폭력의 사건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거기에는 무고히 분노를 담아내는 희생양이 요구된다. 한 번은 역사로 그다음에는 신화로, 희생양은 두 번의 죽음과 한 번의 부활을 경험한다.

지라르를 접하면서 내 주변의 많은 것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내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성스러움이 어떤 폭력의 기반 위에서 시작한 것이었을까 질문하게 되었다. 국정교과서 논쟁이 일었을 때 그것이 은폐하고 싶었던 폭력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희생양이 되고, 누가 숭고한 존재로 변모하는가를 세심히 살필 필요를 느꼈다.

신화(神話)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인간 사회 본연의 필요에 속한다. 필요가 만들어낸 쓰임새에 오·남용당하지 않는 신화의 자리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지라르를 널리 읽히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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