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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해진 11만주 네이버 지분매각이 ‘총수지정 회피’와 무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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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로 지분 매각해왔다..겨우 0.33% 변동

공정위, 실질 지배력 기준 평가..매각실익 없어

이 전 의장, 금수저 아냐..라인 스톡옵션 행사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해진(50)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현 등기이사)이 네이버(035420) 보유지분(4.64%) 가운데 0.33%(11만주)인 818억 원어치를 매각하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선정을 앞두고 지분 줄이기에 나선 것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평가다.

매각 지분이 소량이어서 상징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총수지정은 지분율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여부로 보겠다고 밝힌 점 ▲이해진 전 의장의 상반기 보수는 8억1000만원으로 대기업 오너들은 물론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15억 4500만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큰 돈이 필요하면 네이버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공정위 이슈때문이 아니라, 그가 일본에 있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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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블록딜로 지분 매각해 왔다…지분율 겨우 0.33%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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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전 의장의 네이버 주식매각(블록딜) 히스토리
(단위 주, 원)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은 22일 네이버 주식 11만주(0.33%)를 주당 74만3990원에 시간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지분율은 기존 4.64%에서 4.31%로 내려갔고, 그는 이번 매각으로 약 81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21일에도 장 마감 직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당일 종가(78만1000원)에 2.3%의 할인율을 적용해 블록딜 수요예측을 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이에 22일 종가(76만7000원) 대비 3% 할인된 가격(74만3900원)으로 다시 매각을 시도해 블록딜에 성공했다.

자신의 지분을 줄여 네이버가 ‘총수 없는 대기업’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이 전 의장은 이번 건을 포함해 총 14차례 네이버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왔는데 매번 개인적인 용도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일 공정위를 상대로 시위한 것이라면, 1주 매각이나 지분 절반 매각 같은 상징적인 조치여야 하는데, 어정쩡한 11만주(0.33%)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상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매도량도 2006년 10만9871주, 2007년 21만9600주 등 과거 사례와 비췄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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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지분아니라 실질 지배력 기준 본다…매각 실익 없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얼마전 국회에서 이해진 전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와 관련해 “기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 여부라는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려 한다”면서 “공정위와 저의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엄격한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다음 달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을 지분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으로 공표한 상황이어서 이 전 의장으로선 공정위 설득을 위해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의 지분은 기존에도 5% 미만인 4.64%여서 지분을 기준으로는 ‘총수’로 지정되기 어려운 상태였고, 블록딜 이후 지분이 4.31%로 바뀌었어도 공정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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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전 의장, 금수저 아냐..라인 스톡옵션 행사 가능성도

이 전 의장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 학사, KAIST 전산학과 석사를 졸업한 뒤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했다.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으로 탄생한 NHN의 공동대표를 거쳐 올해 초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네이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 등기이사)와 라인 회장으로만 활동 중이다.

부친이 대기업 간부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재벌가처럼 금수저 출신은 아니다.

또한, 이해진 전 의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8억1000만원(급여 2억 5000만원, 상여 12억 7500만원, 기타 복리후생 20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인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15억45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 상반기 40억 원 이상 수령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65억5350만원), 허창수 GS그룹 회장(49억5300만원), 구본무 LG 그룹 회장(43억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1억8400만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0억500만원)등과는 비교도 안 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은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지 않아 현금이 별로 없다”라며 “개인목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네이버 지분을 팔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라인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번에 818억 원을 마련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라인은 이 전 의장이 밤잠을 자지 않고 키웠지만 지분은 신중호 CGO가 훨씬 많다. 신중호 CGO는 총 1026만4500주의 스톡옵션을, 그는 절반 수준인 557만2000주를 갖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신중호 CGO에게 주식을 몰아주면서 “내가 당신을 주식부자로 만들어줬듯이 열심히 해서 (브이나 웹툰 같은 다른 것들도 글로벌 증시에 상장시켜) 다른 후배들도 부자가 되게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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