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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모토가와 아츠시 마스터 셰프 | “한식과 일식 차이요? 계절을 대하는 태도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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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여름엔 삼계탕 같은 보양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추운 겨울엔 단맛으로 힘을 낼 수 있도록 단팥죽을 챙기죠. 봄에는 파릇파릇한 나물을 무쳐 비빔밥으로 봄의 기운을 받고요. 반면 일본은 계절 그 자체를 즐깁니다. 계절에 따라 요리법은 물론 메뉴 장식도 다르게 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챙겨요. 두 나라 모두 사계절이 뚜렷한 편인데 계절마다 요리를 대하는 자세는 다른 셈이죠.” 한식과 일식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모토가와 아츠시 겐지 마스터 셰프는 깊이 고민하다 이같이 답했다. ‘간’이라는 다소 뻔한 대답을 예상한 기자가 순간 부끄러워졌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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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의 유명 레스토랑 ‘겐지’의 마스터 셰프이자 다수의 국내 방송 프로그램 출연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모토가와 셰프를 지난 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만났다. 겐지는 22년 된 퓨전 레스토랑이다. 모토가와 셰프의 유명세 덕분에 한국인 사이에서도 ‘미식의 도시’ 오사카에서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통한다.

재일교포 3세이기도 한 그는 일본 서양식에 기반한 퓨전 창작 요리를 내세운다. 일식과 양식은 물론 중식과 한식까지 두루 섭렵한 그의 요리를 두고 ‘최고의 무국적 요리’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요리 경력 30년의 모토가와 셰프는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 제철 채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일주일마다 새로운 메뉴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급 요리를 즐기는 노부부 옆 젊은 부부 테이블에는 색다른 일본 가정식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메뉴가 활기차게 이어진다. 시끌벅적한 오픈형 주방을 고집하는 것도 믿을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는 모토가와 셰프의 철학에서 나왔다. 영화 <심야식당>처럼 사람에 맞춘 메뉴를 선보이는, 전통적인 일식은 아니지만 가장 일본식당다운 레스토랑인 셈이다. 오사카 토박이이기도 한 그의 요리는 콧대 높은 도쿄에서도 이름난 미식 레스토랑으로 통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을 모토가와 셰프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저온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그는 “저온에서 오랜 시간 요리하면 특유의 감칠맛이 생긴다. 소고기는 짧은 시간 내 고온에서 바짝 익혀 육즙을 고기 안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조리 온도가 100도를 넘으면 무조건 육즙은 빠져 나온다고 봐야 한다”며 “고기뿐만 아니라 굴의 경우도 100도에서 금방 구워낸 것과 60도에서 40분 동안 찐 것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요리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롯데호텔과 선보일 퓨전 창작 요리에서도 이 같은 저온 요리를 공개할 계획이다. 맛은 한식인데 조리법은 일식이거나, 가장 한국적인 요리를 일식 맛으로 선보이는 도전적인 메뉴도 기획 중이다. 모토가와 셰프는 “일본은 이미 ‘맛’이 넘치고 있다. 이런 것도 일식인가 싶은 메뉴가 나오고 있다”며 “그런 점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식재료와 식감, 색감, 맛을 내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배윤경 디지털뉴스국 기자 사진 레스토랑 겐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93호 (17.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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