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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조선왕실 어보 반환해라"…대학 소장 어보 국정감사 안건으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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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의원 "사립대학 고려대박물관 소유 적절치 않아…반입 과정도 불분명"]

머니투데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문정왕후 어보(앞)와 현종 어보가 전시되어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점에 외국으로 유출돼 미국인의 손에 넘어갔던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는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전용기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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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어보'(御寶·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 재제작 논란에 이어 국내 대학 박물관 보관의 적절성과 '재환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려대학교가 소장한 어보 2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 개막식에서 "서울 소재 모 대학교에서 어보 2점을 소장하고 있다"며 "(어보를) 국가에 반환하지 않으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이 언급한 어보는 고려대학교가 소유한 원경왕후(세종대왕의 모친) 금보 1점과 명성황후 옥보 1점이다. 현존하는 어보 중 국내 사설 기관이 보유한 유일한 어보로 파악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내 어보는 총 332과로 국립고궁박물관에 322과, 국립중앙박물관에 7과, 고려대박물관에 2과, 기타 1과(인조비 장렬왕후 어보)가 있다.

안 의원은 "고려대가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것이 적절치 않을 뿐더러 이를 반입하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며 "고려대가 자발적으로 어보를 국가에 환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측은 1961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동품 가게에서 어보 2점을 구입했다. 배성환 고려대박물관 학예과장은 "학교 규정상 (기록물) 보존 연한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로선 구매대장 기록만 남아있다"며 "(학내 박물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곳이고 보존처리도 잘하고 있는데 어보를 굳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법적 쟁점은 '선의 취득' 여부다. 문화재에서의 선의 취득이란 제3 자가 문화재의 도난, 유실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권리를 취득한 경우를 뜻한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한 문화재 △도난물품 또는 유실물인 사실이 공고된 문화재 △그 출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나 기록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선의 취득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대학 박물관이 조선왕실 어보가 장물인지 모르고 취득했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된다"며 "미국 국가기록원에는 1950년대에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어보 47과를 분실했다고 전한 사실도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고려대 어보 반환을 강제하긴 힘들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문화재법연구회장)는 "(고려대 어보) 환수가 불가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현재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선의 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조문은 2008년에 도입돼 소급 적용이 되지 않고, 문화재가 도난되거나 유실된 날로부터 2년 내에 반환 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장렬왕후 어보의 경우 미국 문화재법상 선의 취득이 아예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으로부터 몰수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 소재 문화재 환수보다 외국 법제에 따른 국외 문화재 환수가 더 용이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급 확대 등 문화재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장렬왕후 어보를 한 개인으로부터 강제로 환수하면서 도난문화재 강제몰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기도 했다.

문화재청 측은 "고려대 소장 어보는 소유 관련 위법성을 다투거나 국가가 회수 또는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문화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정감사 등에서 이슈가 되거나 향후 어보 관련 소유나 보존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문화재보호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고려대박물관 어보도 다시 논의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보와 국새=왕과 왕비의 개인 인장을 뜻하는 어보는 국가의 상징인 국새와는 다르다. 어보는 왕과 왕비의 여러 책봉식이 치러지거나 시호, 묘호 등이 올려질 때 제작된 경우가 대다수다. 사후에는 신위와 함께 종묘에 봉안되는데 이번 덕종어보(조선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타계한 아버지 덕종에게 존호를 올리며 제작한 어보)도 일제강점기에 재제작을 거쳐 종묘에 봉안됐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반면 국새는 왕위 계승 때 다음 왕에게 넘겨지며 외교문서, 교지 등에 사용되던 관인이다. 2015년 3월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은 덕종어보는 1471년 제작된 것이 아니라 1924년 재제작된 것으로 이번 전시 직전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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