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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새책]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든 사람은 바로 과학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말하는 과학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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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동아시아|208쪽|9500원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학문을 사랑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세기의 과학은 권력과 전쟁에 부역했다. 인류는 지난 세기에 두 번의 세계전쟁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뤘으며, 수없이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은 과학 실험의 장이라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온갖 대량살상 무기들을 실전에 시험했다. 여기에 동참한 과학자 중에는 노벨상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책은 제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등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동원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민간인 학살에 이용된 독가스 기술을 개발한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끝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개발한 독가스들은 이후 히틀러의 손에 들어가 끔찍한 방법으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는 4년간 총 20억 달러의 예산과 3,000여 명의 과학자를 동원해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이때 개발된 원자폭탄 두 기가 일본에 투하됐다. 전 세계가 그 파괴성을 목격했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학문과 기술이 전쟁에 동원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모인 전 세계 석학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전쟁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핵무기 개발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퍼그워시 회의’를 발족했다. 동과 서, 양 진영의 과학자들이 한데 모여 전쟁과 핵무기로 인류가 입을 재앙에 대해 논의했다.

책의 저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쿼크 대칭성 연구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그는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자신이 겪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마스카와는 비판에 더 강경하게 맞섰다.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은 향후 인류의 발전에 현저하게 공헌할 것이라고 평가받은 과학 기술과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기술이 전쟁에 사용되는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 과학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그것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베 정부는 현재 일본의 자위대가 교전국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헌법 9조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일본은 헌법으로 전쟁을 금지한 유일한 국가다). 마스카와 교수는 이를 거부하며 ‘9조 과학자 모임’을 만들어 다시 싹트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앞장서서 막고 있다.

과학자이기 전에 시대를 깨우는 ‘시민’이고자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책은 과학자가 전쟁에서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면서 과학자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논의한다.

조선비즈 문화부(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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