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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수출 효자' LCD 주춤… 가격 급락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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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IT(정보기술) 수출품인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이 주춤하고 있다. 작년 3월 이후 30%가량 급등했던 LCD 평균 가격이 6월 말을 고비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가격이 20%까지 하락하며 본격적인 가격 하락 사이클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가 대비책 마련에 바빠졌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애초 해외 시장조사 기관이나 업계에서 올해 연말까지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지만 최근 들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업체별로 제품 차별화 등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15~20% 하락 우려

22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8월 초순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194.4달러로 한 달 만에 2.4%가 하락했다. 최고급 모델인 65인치 UHD(초고화질)급 LCD 패널 가격은 6월 장당 436달러에서 이달에는 422달러로 3.2% 하락할 전망이다. 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패널 평균 가격이 분기당 3달러 이상 떨어지면 하락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인 IHS도 최근 보고서에서 "LCD 패널이 공급 과잉에 접어들면서 올 하반기 동안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3월 이후 LCD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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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LCD(액정 표시 장치)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가 8.5세대 유리기판을 검사하고 있다. 55인치 TV 패널 6장을 만들 수 있는 크기다. 최근 LCD 가격이 급락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쪼그라드는 수요와 늘어나는 생산량이 양쪽에서 가격을 압박했다. LCD 패널 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TV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든 추세가 확연하다. 고정우 HN투자증권 연구원은 "HIS는 올해 LCD TV 출하량을 1월에는 1억9900만대로 봤다가 5월에는 1억9300만대, 7월에는 1억8100만대로 낮췄다"며 "TCL·하이센스 등 글로벌 TV 수요를 이끌어온 중국 TV 업체들이 하반기 재고 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LCD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태블릿·모니터에도 OLED 패널이 속속 도입되는 것도 LCD 산업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BOE·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량 확대가 가격을 짓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BOE는 2014년만 해도 TV용 LCD 생산량이 연간 1715만대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연 4385만대로 확대됐다. CSOT도 같은 기간 2468만대에서 1000만대 이상 출하량을 늘렸다.

내년 중국 업체 잇따라 대형 패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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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LCD 업계가 치열한 생존경쟁에 들어갔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4곳만 살아남은 반도체 산업과 달리, LCD는 중국 업체를 비롯해 대만 이노룩스·AUO, 일본 샤프 등 여러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LCD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경우 내년 1분기부터 10.5세대(기판 크기 3370×2940㎜) 라인을 본격 가동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기판 한 장으로 65인치 패널 8장을 만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주력인 8.5세대보다 10인치 큰 대형 패널을 2장 더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CSOT는 2019년 1분기, 폭스콘도 같은 해 2분기부터 대형 패널 생산을 시작한다.

이에 맞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OLED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LCD는 50인치대 이상 대형 패널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TV에서 OLED가 주류가 되려면 3~4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LCD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업체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joyj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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