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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한-중 수교 25주년] "한글만 적혀있어도 손사래" 中진출 韓기업 매출 40%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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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5주년 … 경제관계는 급랭
제조건설.도소매업 등 직격탄.. 한류 견제로 문화산업도 고전
中, 이젠 한국 기술 필요없어.. 경제협력 새 패러다임 짜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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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오는 24일 맞는 한·중 수교 25주년 풍경은 양국 간 파경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년 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식 행사는 한·중 공동 기념행사였으며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도 참석했다. 올해는 중국의 거부로 한국 따로, 중국 따로 행사를 개최하면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던 중국의 태도가 5년 만에 돌변하며 양국관계는 급속 냉각상태에 빠졌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딛고 신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라는 기존 틀을 깨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공존하는 경쟁적 전략협력관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 직격탄 이후 매출 40% 급락

양국 간 외교갈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매출은 반토막 날 지경이다.

21일 본지가 입수한 중국한국인회에서 작성한 '사드체계 배치로 인한 재중 한국인(기업) 피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내 사드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업종별 매출감소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매출이 평균 39.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베이징, 톈진, 선양 등 중국 주요 36개 지역에 위치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지난 2월 말 이전과 이후의 평균 월매출 추이를 비교해 산출한 수치다. 항공여행업이 62% 매출 감소를 보인 데 이어 도소매업(-47%), 제조건설업 및 숙식업(-4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전방위적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한국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경제보복을 감행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다수 중소협력사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중국 채소 종묘업계 상위권에 속하는 이숙순 대일국제종묘유한공사 사장(중국한국인회 회장)은 "제품 포장지 등에 한글이 적혀 있거나 한국 제품이라는 표기가 있을 경우 유통업체와 판매업체 등이 우리 회사 제품을 보이콧해 기존 포장지를 전량 폐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사드에 할퀸 한국 기업들 '고난의 행군'

한류에 대한 견제로 혹한기를 겪고 있는 문화 콘텐츠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중 기업 교류 플랫폼 구축이라는 야심찬 사업에 도전한 북경금환세기과기유한공사 김경식 동사장은 사드 갈등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김 사장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포스코 건물에 한·중 문화 비즈니스 공간인 W1이라는 교류센터 구축을 추진해왔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1일 사업 구상을 마치고 중국 투자자의 자금을 같은 해 10월에 받기로 했는데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합작이 무산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개인자금을 모두 털어 운영자금을 막고 고금리 사채까지 끌어 현 사업장을 유지해왔다"면서 "올해 4월 말 새 중국 합작사와 극적으로 계약해 겨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로 중국에 온 지 24년째를 맞는 극동국제물류 함홍만 회장도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함 회장은 "해운 물류업을 하고 있는데 갈수록 통관 절차가 늦어지면서 발생되는 지체료를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배의식을 훌훌 털고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물론 있다. 김경식 사장은 "사드 타령만 하면서 손놓고 기다리는 사람과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면서 "사드 기간에 철저히 기획하고 준비하는 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협 신패러다임 준비해야"

전문가들은 중국과 글로벌 경제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빨리 깨닫고 중국 환상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평섭 북경사무소장은 "중국이 더 이상 한국의 기술과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정광영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 기업들은 서로 주고받는 경제협력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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