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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레이더P] 논란 탁현민, 잇단 행사로 존재감 더욱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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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 발언 및 왜곡된 성인식 논란으로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아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지난달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외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퇴를 요구해 그만두는 게 오히려 쉽지 않았다"며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현재 탁 행정관의 사퇴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문재인케어 발표·재계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 등 세간의 호평을 받은 각종 행사를 기획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도 나타나 얼굴을 비치고 있다.

공연기획자 출신의 탁 행정관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인사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네팔 도보여행에 동행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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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사진=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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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행정관은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체를 총괄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00일 행보를 담은 영상, 앞서 장내 분위기를 잡기 위해 재생한 가요 4곡(걱정말아요 그대·야생화·지친 하루·오르막길),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반형) 의자 배치 등을 기획했다. 회견 시작 전 리허설에 나타난 탁 행정관은 시간과 동선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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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강화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원이 탁현민 선임행정관. [사진=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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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골자로 한 '문재인케어' 정책을 발표했다. 발표 장소는 서울 서초동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었다. 대통령이 정책과 직결되는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새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는 '찾아가는 대통령' 콘셉트의 행사인데, 이 또한 탁 행정관의 '작품'이다.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는 문재인정부의 탈권위주의·적극적 소통을 뜻하는 상징적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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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청와대 상춘재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호프미팅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임종석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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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문재인정부의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0일간의 활동을 마치며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 등 발표자들은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해 발표해 '스티브 잡스 스타일'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도 발표에 대해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고 칭찬한 바 있다.

이 행사 역시 탁 행정관의 아이디어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3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100대 국정과제 발표 행사는)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 아이디어였다"며 "TED(비영리 기술·오락·디자인 강연회) 방식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바쁜 국회의원들 데려와서 한다'는 불만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 간담회 행사 역시 탁 행정관의 '솜씨'였다. 호프미팅 행사,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섭외 등으로 눈길을 끈 행사였다. 이외에도 탁 행정관은 8·15 광복절 행사, 세월호 유가족·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면담, 2018 평창동계올림픽 D-200 행사, 2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토크쇼 형식의 대국민 보고대회 '대한민국, 대한국민' 행사 등의 기획과 총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여전히 건재한 탁 행정관에 대해 야권은 문 대통령의 경질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은 지난달 문 대통령에게 '탁 행정관의 파면'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18일 레이더P와 통화하면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탁 행정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말했었다"며 "(하지만) 거기에 대한 실행이나 결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오는 9월 대정부질문 때 이 부분에 대해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있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6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 의원들끼리 의견을 많이 나눴다"며 "부적절한 행동이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다. 지난달 13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탁 행정관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경질을 결정한 바도, 논의한 바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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