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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별난정치]'성평등'이 뭐길래…"문자폭탄 4000통·업무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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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양성평등→성평등 개정 반대"…개헌특위 "결정된 것 없다…동성애 이슈 부각 역효과"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종교 단체의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으로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개헌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말라"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한 여당의원은 최근 4000여 통에 달하는 문자를 받았다며, 전화·팩스가 쇄도해 의원실 업무도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보수 종교인들이 '뿔난' 이유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성평등 보장'이란 표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평등권을 논할 때 남녀로 구분되는 생물학적 성(sex)을 의미하는 '양성평등'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성평등'은 사회적 성, 즉 젠더(gender)를 기반으로 하며 젠더의 종류는 양성, 간성, 무성 등 50개 이상이라는 게 종교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개헌특위는 여성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성평등 보장 규정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동성애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평등이라는 용어의 해석 차이에서 나온 오해라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양성평등의 표현 방법에 있어 성평등 이야기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동성애·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논의까지 진척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개헌 논의 과정에서 그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된 적도 없다"며 "이렇게 할수록 동성애 이슈가 더 뜨거워지는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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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특위 회의에선 헌법 제11조 차별금지 사유에 '지역, 성적지향, 고용형태'를 추가하자는 소수 의견과, 헌법 36조에 명시된 혼인 및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에서 '개인'으로 전환해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특위 소속의 야당 의원은 "소위에서 의결한 것도 아니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과정일 따름"이라며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개헌특위는 이달 말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특위 관계자는 "문제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해서 낙인찍는 것"이라며 "의사표현은 할 수 있지만 '문자 폭탄'을 보내는 건 의정활동 방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종교 단체의 항의 시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은 지난 16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국회 정문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와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특위가 헌법을 개정하면서 개헌안 속에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개헌특위가 여성 권익 보호를 내세워 양성평등을 폐지하고 성평등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국민 기만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보수·기독교 진영의 결집을 노린 듯 공식 회의석상에서 종교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헌법 개정을 하면서 동성애를 허용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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