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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한군 코앞서 지뢰탐색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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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초가을 바람이 거세게 불던 2013년 9월. 40대 남성이 경기도 파주시 서북방 최전방 지역에서 임진강을 통해 월북을 시도했다. 우리 군 초병은 이 남성이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 지역에 들어와 북한과 불과 800m∼1㎞ 정도 떨어져 있는 임진강 지류인 탄포천에 뛰어들자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숨진 남성은 남모(48)씨로 그해 6월 일본에서 강제 추방당했으며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작전을 육군은 탄포천 완전작전이라 부르고 강안경계작전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는다. 지난 18일 탄포천 완전작전을 보기 위해 코앞에 북한군과 맞닿은 임진강을 찾아갔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읍에 위치한 9사단 임진강대대 소초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을 지나야만 했다. 민통선 입구에 들어서자 기자를 안내했던 간부들조차 차에서 내려 신원을 밝혀야 했다. 긴장된 분위기였다. 논길을 따라 임진강대대 건물에 들어서자 장병들은 철책 수색임무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주말내내 폭우가 쏟아져 북한에서 목함지뢰가 내려올 수 있어 장병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장병들은 철책수색에 앞서 군견과 함께 7명으로 구성된 조를 이뤄 지뢰탐색훈련에 나섰다. 기자도 3kg의 지뢰화를 신고 따라 나섰다. 10kg이 넘는 지뢰화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1km지점까지 걸어가자 등줄기에는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습한 날씨는 기자를 더 괴롭혔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임진강은 바닷물과 썩여 특유의 냄새를 내뿜었다. 임진강 건너편에는 또 다른 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군 초소였다. 초소에는 경계를 서고 있는 북한군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군이 우리 군을 빤히 쳐다보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까지 돋았다.

군 관계자는 "9사단이 맡고 있는 임진강 철책길이만 약 17km로 '제2의 휴전선'이라고 불린다"며 "남북간에 거리가 가까운 곳은 400m에 불과해 긴장감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지뢰탐색 훈련장에 도착하니 북쪽에서는 대남방송이 한창이었다. 정확한 발음은 들리 않았지만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기자가 선두에 서 지뢰탐색기를 들고 물이 흐르는 물곬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한조가 된 장병들은 혹시나 모를 사고에 5m이상의 간격을 유지하고 뒤를 따라왔다.

4kg무게의 탐색기를 들고 탐색을 하기 20분. 순간 탐색기와 연결된 이어폰에서 굉음이 울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말에 쏟아진 비로 실제 북한에서 떠내려온 목함지뢰가 발견될 수 있으니 실전처럼 신중히 탐색하라"는 군 관계자의 말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군간부는 기자의 발밑을 조심히 파 내려갔다. 발견된 것은 빈캔. 기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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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는 임진강 수면위로 노을이 펼쳐졌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철새는 남북간 긴장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진강을 가로질러 날아올랐다. 부대에 돌아오자마자 쉴틈은 없었다. 곧장 야간경계근무에 투입됐다. 암흑같은 어둠속에서도 달빛에 비친 하얀색 갯벌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철책을 중심으로 불빛이 환하게 비치는 우리 군과 달리, 북쪽은 불빛 하나없이 검정색 산 위에 초소윤곽만 보였다. 금방이라도 북한군이 넘어 올 것 같이 가까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임진강에 비친 달빛과 대남방송은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전투복을 뚫고 들어오는 모기떼는 풍경을 즐길 시간을 주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전군 유일하게 강을 경계선 삼아 남북이 마주보는 부대"라면서 "한시라도 철통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계근무를 마치고 다시 민통선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평화롭게 보이는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강이 평화롭게 보이는 것은 24시간 강을 지키고 있는 장병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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