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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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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아홉 번 찌고 말린 흑삼, 몸속 흡수 잘 되고 항염·항산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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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보다 20배 많은 진세노사이드

면역력 증진, 피부 노화 방지

갱년기 여성, 열 많은 사람에 특효

음기 보하는 효능 탁월
선조들은 약재나 보양 식품 하나도 그냥 먹지 않았다. 특유의 공정을 거쳤다. 고유의 효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정성과 시간을 쏟았다. ‘구증구포(九蒸九曝)’. 한의학에서 약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고 해 이름 붙여진 약재 가공법이다. 인삼은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로소 ‘흑삼’이 된다. 홍삼이 인삼을 서너 번 쪄서 만드는 것을 감안하면 2~3배 공을 들여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농축돼 인삼 본연의 효능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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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증구포는 한의학에서 ‘음기’를 보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약재 제조법이다. 95~99도에서 3시간 정도 증기를 이용해 찐 뒤 햇빛이나 건조기에서 24시간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한약재를 볶고 찌고 말리는 등 제조 과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수치법’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있던 효능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며 “주요 약효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삼은 기력을 보하는 효과가 크다. 이런 인삼을 여러 번 찌고 말리다 보면 음기를 더하는 효능이 생긴다. 그래서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갱년기 여성이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흑삼이 좋다”며 “흑삼은 홍삼보다 보음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흑삼은 당연히 인삼과 홍삼이 갖고 있는 약리 효과도 고스란히 갖고 있다. 흑삼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진세노사이드)이 체내 면역력을 높여주고 항산화 작용을 해 피부를 보호해주고 노화를 방지한다.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억제해 혈액의 흐름도 원활하게 한다.

암 종양 축소, 혈당 강하
이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유효 성분이 홍삼보다 월등히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식품과학회지에는 인삼이 흑삼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Rg3·Rb1 등 11가지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해당 연구에서는 흑삼과 홍삼의 성분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성분은 진세노사이드 Rg3였다. 흑삼 속 Rg3의 함량은 7.51㎎/g으로 홍삼(0.37㎎/g)의 약 20배에 달했다. Rg3는 진세노사이드 중 Rb1·Rb2·Rg1 등에 비해 크기가 작다. 즉 열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진세노사이드 분자가 점점 쪼개져 Rg3 형태로 바뀐 것이다. 체내에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변한 셈이다.

흑삼이 암 종양의 크기를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폐암 세포주를 이식한 쥐를 대상으로 한 항암실험에서 약 2주간 매일 흑삼 추출물을 주사로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종양 크기가 33%나 줄었다. 항암제인 ‘탁솔’(38.9%)보다 약간 낮았지만 홍삼(23.3%)보다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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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강하 효과도 확인됐다. 당뇨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흑삼 추출물을 3주간 매일 구강에 투여한 결과 혈당(102㎎/?)이 대조군인 당뇨 쥐(391㎎/?)에 비해 크게 낮아져 거의 정상(100㎎/? 이하) 상태로 돌아왔다. 이 밖에도 흑삼은 운동 능력을 높이면서 운동 후 피로 해소를 돕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를 보였다.

이런 효능에도 불구하고 흑삼이 늘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흑삼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보도되면서 한때 도마에 올랐다. 고온에서 여러 번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인삼이 타버려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후 흑삼 관련 업계와 연구자들은 제조법 연구를 거듭한 끝에 쪄낸 뒤 고온으로 빠르게 말리는 방식을 저온에서 오래 건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벤조피렌 논란은 사라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2년부터 ‘흑삼 등 벤조피렌 기준’을 신설해 관리하면서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게 됐다.

FDA 인정 신기능성물질
게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6년 1월 그 효능을 인정해 흑삼을 ‘NDI(신기능성물질)’로 등록하면서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NDI는 안전성과 기능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등록 허가를 받은 물질을 말한다. 흑삼이 미국에서도 안전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셈이다.

흑삼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달여 먹거나 진액·분말·절편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이 중 진액은 흑삼을 물을 비롯한 용매에 녹인 뒤 졸여 만든 일종의 추출물이다. 이 과정에서 섬유소 같은 물질이 빠져나가 체내 흡수가 더 잘 된다.

단 복용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흑삼을 처음 복용할 때에는 ‘목적 의식’을 갖고 효과를 확인하며 먹는 것이 좋다. 피로 해소가 목적이라면 1~2주 정도 먹고 난 뒤 차도가 있는지 살펴보고, 피로가 개선됐다면 한두 달 더 복용하는 식이다. 달라진 점이 전혀 없으면 자신에게 효과가 없는 것일 수 있다. 복용 한두 달 뒤에는 재평가를 해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흑삼도 과하게 복용하면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발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처방 한약 혹은 시중 상품을 섭취할 경우 하루 처방·권장량의 2~3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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