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30대 여성이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지난 3월부터 ‘데이트코드’를 도입했다. 신고 단계부터 경찰관이 데이트 폭력임을 알고 출동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트폭력임이 확인되면 경찰은 형사처분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장을 발부한다.
경고장에는 가해자의 신원 정보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고 불법 행위 종류에 따른 처벌법이 적혀있다. 가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불법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경고장이 일회성 경고에 그칠 뿐 현장에서 사건이 종결돼 가해자가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효과가 낮다고 지적한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이 현장에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입건되지 않는 이상 가해자의 데이트폭력 기록이 남지 않고, 가해자가 경고장을 훼손하거나 재범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 종결된 사건이라도 경찰은 원칙적으로 가해자의 경고장을 관할 경찰서에도 보내 사후 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관할 경찰서도 업무가 많은 탓에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가해자가 다른 지역에서 데이트폭력을 저지르더라도 재범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선 가해자가 경고장을 받은 전력을 전산화해 전국 공유망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형사 처분을 받지 않은 가해자의 경고장 기록을 전산화 시스템으로 관리해서 재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로선 경고장 기록을 전산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경고장을 일회성으로 발부하고 홍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젠더폭력방기본법 제정에 앞서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중처벌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이 현장에서 발부하는 경고장은 법적 효력이 없고 훈방 수준에 해당한다”며 “실질적으로 데이트폭력을 막기 위해선 전과 기록 뿐만 아니라 경고장을 받은 가해자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재범 여부를 확인하고 가중처벌의 근거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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