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friday] 힙합을 넘어… 스웨그 스타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가을 '스웨그 있게' 입어보자

힙합문화서 사회문화로

힙합서 으스대는 기분 표현할 때 쓰던 단어

'나만의 여유와 멋' 가리키는 말로 진화

스웨그와 패션의 만남

힙합·스트리트 패션과 묘하게 다른 느낌

자유분방하면서도 확실하게 개성 살려야

럭셔리 브랜드도 손짓

벙거지 모자와 만난 버버리 트렌치코트

추리닝서 영감받은 발렌티노 롱드레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션을 논할 때 '에지 있다'란 표현이 유행했다. '날카로움, 모서리, 칼날'을 뜻하는 영어 'edge'에서 나온 말로 패션 등을 이야기할 때 '개성 있고 세련됨'을 표현하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어느샌가 이 말은 과거형이 돼버렸다. 대신 요즘엔 '스웨그(swag)'란 말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 자막으로도 버젓이 등장한다. 쓰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불혹을 훨씬 넘긴 강호동은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4'에서 '스웨그'를 추임새 넣듯 자주 외친다.

스웨그는 원래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건들거리다' '잘난척하다'라는 뜻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근래 들어 힙합 뮤지션들이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기분을 표현하는 힙합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용어의 의미가 '자신만의 여유와 멋, 허세'를 일컫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떠올랐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선 "가벼움,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와 치기까지 겸비한 스웨그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자유분방한 소통이 넘쳐나는 시대에, 때로 참기 어렵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의 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①,② 러시아 유스컬처의 선봉장 격인 고샤 루브친스키와 협업한 버버리 2018 봄·여름 컬렉션. 벙거지 모자나 허름한 추리닝 바지와 매치한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파격적이다. ③ 오프화이트 2017 가을·겨울 컬렉션. ④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의 패션은 기존 럭셔리와는 다른 ‘스웨그 있는’ 룩으로 대표된다. ⑤,⑥ 1980년대 힙합 뮤지션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트랙 슈트를 여성복에 접목한 ‘발렌티노’ 2018 리조트 컬렉션. / 게티이미지 코리아, 각 브랜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힙합에서 시작된 스웨그, 라이프 전반으로 확대되다

스웨그의 의미는 상황별로 달라진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자신만의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를 뜻한다면, 패션에서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자유분방한 패션을 가리키는 의미가 강하다. 이정호 신구대학교 섬유의상코디과 강사와 이진민 신구대학교 섬유의상코디과 조교수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논문 '현대패션에 나타난 스웨그룩'에서 "스웨그룩은 잘난 척하면서 동시에 멋진 스타일,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자유분방한 스타일,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느낌의 스트리트 패션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위문화의 하나로 발생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인정받은 힙합이 스웨그가 사회 현상으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소위 '스웨그가 있는' 패션은 요즘 대세 스타일이다. 고혹적인 레드 드레스로 유명한 발렌티노는 최근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가 교차한 패션을 선보였다. 지난 5월 미리 공개한 2018 리조트 컬렉션은 1980년대 힙합 뮤지션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트랙 슈트(상·하의 한 벌로 구성된 운동복, 일명 '추리닝')를 여성스러운 롱드레스와 결합한 패션으로 극찬받았다.

올해 화제를 불러모은 루이비통과 뉴욕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협업)에 이어, 내년에는 버버리가 유스컬처의 선봉장 격인 고샤 루브친스키와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인다. 선공개된 사진을 보면 버버리의 트렌치코트가 러시아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고샤 루브친스키를 만나 벙거지 모자나 허름한 빨간색 '추리닝' 바지와 조화를 이루는 파격을 보인다.

조선일보

‘안전제일’ 표지판의 사선 무늬가 떠오르는 ‘오프화이트’ 백.


베트멍, 오프화이트 등 새로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하이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럭셔리를 치고 올라오는 성장세도 무섭다. 그중 미국의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의 절친한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버질 아블로가 2013년 론칭한 오프화이트는 스웨그 넘치는 스타일로 요즘 뜨고 있다. '안전제일 표지판'을 떠올리는 강렬한 사선 무늬를 옷이나 가방에 크게 넣는 것이 특징으로, 가격이 명품 못지않게 비싼데도 잘 팔린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첫 매장이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 여성복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국내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가 만든 스트리트 패션 라인 '#VX'는 출시 열흘 만에 재생산에 돌입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자유분방한 개성의 멋, '스웨그룩'

스웨그 패션은 기존의 힙합 패션이나 스트리트 패션과 묘하게 결이 다르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스웨그룩'을 "평이하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그 패션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지드래곤의 공항 패션을 예로 들었다. "지드래곤은 공항 점퍼에 다 찢어진 바지를 걸치고 에르메스 백을 든다. 이런 패션을 럭셔리 패션이나 힙스터 같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선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스웨그'란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일 모델 김미우씨는 코찌와 브라톱으로 연출한 개성 있는 스웨그룩으로 화제를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웨그 문화가 확산되는 주요 원인으로 힙합 문화가 한국인의 성향과 잘 맞는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인은 흥(興)도 많고 한(恨)도 많다. 감정을 응축했다가 터뜨리는 것이 힙합과 잘 맞는다"며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힙합 문화가 보편화되었고 자연스럽게 스웨그 문화가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남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