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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월드 톡톡] 노인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 일본으로 '간병 이민'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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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 엄격한 일본, 간병인 하면 무기한 체류 허용

아시아 유학생들 몰려들어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복지사' 자격증을 따려고 일본으로 건너오는 아시아 유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간병 분야만큼은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자국 일손만으로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간병복지사는 노인들을 돌보는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인력이다. 관련 학교에서 1850시간 동안 교육·실습을 받고, 3년 이상 현장 연수를 하면 간병복지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생긴다. 합격하면 요양원, 그룹홈, 노인병원 등지에서 일한다.

일본은 노인이 늘어 갈수록 간병복지사 일손이 달리는데, 이 분야에 지원하는 젊은이는 매년 줄고 있다. 일본간병복지사양성시설협회가 관련 학과가 있는 372개 대학·전문대를 조사한 결과, 일본인 신입생은 작년 7752명에서 올해 6667명으로 14% 줄었다. 경기가 풀려 젊은이들 취업이 갈수록 쉬워지면서 고달픈 간병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게 외국인이다. 이번 조사에서 간병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일본에 건너오는 아시아 유학생은 전국적으로 591명에 달해 관련 학과 학생의 10%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연간 20명 수준이었는데 불과 5년 만에 30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364명, 중국 74명, 네팔 40명, 필리핀 35명, 한국 23명 등이다.

일본인이 마다하는 간병 일에 외국인 유학생이 몰리는 것은 일본 정부가 다음 달부터 외국인이 '간병복지사' 자격을 따면 일본 복지시설에 취업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간병복지사가 되면 최대 5년간 일본 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횟수 제한 없이 연장이 가능해 무기한 거주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사실상 '간병 이민'의 문호를 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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