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경제단체들이 삼성 재판에 침묵하는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정부서 '몸사리기'… 위축된 재계 위상탓
전경련 회원사 줄줄이 탈퇴.. '목소리 내기' 어려워져.. 새정부 코드맞추기 비판도


재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별검사팀 구형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경제단체는 그 흔한 논평하나 내놓지 않았다.

재계 맏형인 삼성의 위기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침묵하는 것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현 재계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경제 단체는 일절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연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 경총, 한국무역협회 등이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후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지만 경제 단체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과거 주요 그룹 총수가 재판을 받는 경우 경제단체가 재계의 의견을 모아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지난 2015년에는 30대 그룹 사장단이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옥중 기업인의 석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수감된 오너 기업인에 대한 특사 또는 가석방을 건의한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특정 경영인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직접 보내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이 부회장 재판에 대해 경제단체가 '함구'하고 있는 것은 논평이나 탄원서를 이끌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너 이슈의 경우 전경련과 경총이 앞장섰지만 두 단체 모두 현재 그럴만한 형편이 아니다. 전경련의 경우 주요 회원사 탈퇴와 위상 추락으로 인해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주요 계열사가 전경련을 탈퇴해 '목소리'를 내기도 어색한 상황이다.

경총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관련해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비판했다가 '반성문'을 썼다.

최근에는 경총이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1호 가입 기업'인 전방이 탈퇴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새 정부 기세에 눌려 다들 몸 사리기에 바쁘다"면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새 정부의 코드에도 맞춰야 하는 '내우외환'에 다른 기업에 신경 쓸 여유가 사라진 듯하다"고 전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