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최저임금 인상 불똥 튄 서울대 전통찻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00년 서울대 사회과학대 인근 두레문예관에 문을 연 다향만당은 국내 최초의 대학교 내 전통찻집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시, '다향만당(茶香滿堂·차의 향기가 집 안을 가득 채운다)'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 메뉴인 '다향차'를 시키면 나오는 찻주전자와 찻잔,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은 이곳의 상징이다. 전 메뉴가 5000원 이하로 '착한 가격'에 '다도(茶道)' 체험까지 할 수 있어 17년간 교수와 학생들의 휴식처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학내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감소한 데다 인건비·임차료까지 동반 상승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익 악화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추억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서울대생 600여 명이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폐점은 올해 12월까지 1년 유예된 상태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이 전통찻집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폐업 기로에 서게 됐다. 학생들이 직접 마케팅 활동을 벌인 끝에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임금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4일 매일경제가 '다향만당'의 상반기 매출 결산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곳의 상반기(1~6월) 매출은 2703만원으로 전년 동기(1698만원) 대비 59.4%나 증가했다. 스무디 등 신메뉴를 개발하고 학생들이 마케팅 활동을 한 결과다. 그러나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 영향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은 435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30%가량 감소했다. 매달 실제 벌어들인 돈은 70만여 원에 불과했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속도가 매출 상승을 훨씬 앞지르는 현상은 내년 16.4%라는 '최저임금 인상 폭탄'을 맞아 줄줄이 폐업 기로에 서 있는 전국 580만 자영업자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다향만당 운영 주체인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관계자는 "학생들의 노력으로 매출은 단기간에 늘었지만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16% 정도의 인건비 인상분이 반영돼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면서 "앞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인건비가 더 늘 텐데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딱히 대응책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대는 생협 소속 무기계약직 전 직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호봉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무기계약직 직원 월급은 12만5000원 인상됐다.

'다향만당 살리기 서명운동'을 주도한 학생 8명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6개월간 활발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활용해 홍보 활동을 펼쳤고 각종 이벤트도 진행했다. TF를 이끌고 있는 김수민 씨(21·여·자유전공학부)는 "다향만당은 많은 학생들의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한국의 전통을 잘 담고 있는 공간"이라며 "단순한 손익 계산에 의거하여 이런 의미 있는 공간을 폐점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인데다가 개선 가능성을 봤기에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매출은 크게 늘었고 뜸해진 발길을 되돌리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비용'이라는 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협 관계자는 "학생들이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인건비 증가와 커피 소비문화 확산 등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생협 측은 올해까지 실적을 지켜본 후 폐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