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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안경' 검색하니…상품 670개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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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넥타이·펜 등 위장된 몰카, 구매제약 없어…'범죄 악용' 많아 법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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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몰카 안경'이라고 검색해 한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니 700여개에 가까운 상품 결과가 나왔다./사진=가격 비교 홈페이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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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28)는 여름철 몰래카메라(이하 몰카)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뒤 최근 몰카 탐지기를 검색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몰카 안경'이라고 검색했더니 판매 홈페이지가 버젓이 나왔기 때문. 해당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캠코더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HD화질로 촬영할 수 있다는 소개도 있었다. A씨는 "몰카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몰카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초소형 카메라'를 온라인에서 검색만 해도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경보기·시계·볼펜 등으로 위장된 몰카가 사용 목적과 관련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라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후 구글 검색창에 '몰카 안경'을 검색해보니 이를 판매하는 홈페이지들이 다수 검색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됐다는 설명 문구가 무색하게 판매 사이트들은 검색 결과에 잡혔다. 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몰카 안경' 검색어 하나로도 670여개의 다양한 성능의 제품들이 나왔다.

이중 한 사이트에 들어가니 "이런 것들이 다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몰카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모자·넥타이·펜·시계·안경·자동차열쇠 등은 물론 단추나 라이터, USB 같은 작은 물건을 위장한 몰카 제품도 있었다. 실시간 촬영하거나 적외선으로 야간 촬영이 가능한 제품도 구매할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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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단추형 초소형 카메라./사진=해당 사이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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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몰카 구매가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범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모르게, 또 촬영 의사와 상관 없이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몰카 제품들이 범죄에 악용된 사례도 많다. 지난달 27일에는 '몰카 안경'을 쓰고 여성의 신체부위를 촬영한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서울 지하철역 4호선 혜화역 역사에서 몰카 안경을 쓰고 여성의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 외관상으로 렌즈를 식별할 수 없는 최신식 장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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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경찰서에서 경찰이 성행위 장면 몰카에 사용된 안경과 자동차 키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7월 경남 통영에서는 C씨가 몰카로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빈집에 들어가 귀금속 등 4000만원 어치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씨가 설치한 몰카는 화재경보기를 위장한 것으로 주민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대다수가 이 같은 몰카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할 때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 D씨(33)는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을 수 있다는 정도의 사실만 인지하고 있었지 일상 용품이 그렇게 몰카로 제작되는지는 몰랐다"며 "왜 그런 제품을 판매하도록 놔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몰카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관련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팔거나 살 때 관할 지방경찰청장 또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으로, 아직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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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판매와 구매시 경찰의 허가를 받도록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정식 의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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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몰카 상습범을 가중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지만 몰카 판매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관련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 일부 해외 선진국의 경우 전문가나 허가 받은 사람에 한해 소형 카메라를 판매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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