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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손현덕의 생각]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몇가지 논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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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현덕의 생각-32] 최저임금은 헌법 32조에 명시돼 있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제1조 목적 부분을 보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돼 있다.

명분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기 어렵다.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파장과 최저임금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는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난번 칼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결부돼 발생하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더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있다.

우선 최저임금에 대한 국제적인 비교가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OECD 국가 중에 몇 번째니 하는 기사가 언론에 많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본급에다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일부 수당이 포함된다. 당연히 상여금은 제외된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연 600% 상여금을 매월 50%씩 고정적으로 지급한다고 해도 이는 편의상 지급방식만 바꾼 거라서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도 상여금은 최저임금에서 빠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단체협약으로 지급이 당연시되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나쁘면 못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개념을 좀 다르게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같은 나라는 상여금도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과소평가된다.

숙식비 같은 수당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는 제외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가 숙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그러면 역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그만큼 평가절하된 금액이라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는 팁도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0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다. 이들 역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외국인 근로자 속성상 숙식을 회사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인건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일부는 임금 대신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최저임금 산입 대상 수당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근로자들보다는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하는 중소 영세기업이 타격을 받을 건 불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체 임금에서 숙식비 등 소위 간접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1만원이 된다. 이 금액을 빼고 최저임금을 정한다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내·외국인 근로자들 간에 인건비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역차별 문제를 초래하고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호봉 제도에 따른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를 근간으로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1년에 1호봉씩 증가한다. 흔히 임금협상을 할 때 '자동 승급분'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것이다. 어떤 기업은 1년에 2호봉씩, 그러니까 6개월마다 1호봉씩 상승한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될 경우, 회사는 대부분 저임금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호봉표'를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호봉표를 개정하게 되면 윗 호봉과의 임금 간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그걸 전문적으로는 '호간 조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하위직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고위직 임금까지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그건 노동시장의 공정성에 반하는 결과이며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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