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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건배사도 다른 두번째 '文-기업인 간담회'…쇠고기 대신 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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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물의 일으킨 기업들 위주…文대통령 특별한 격려사도 없어]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칵테일 들고 건배하고 있다. 2017.07.28.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에 나눠 진행한 기업인과의 간담회는 모두발언, 건배사, 대화주제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첫째날과 둘째날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포착됐다. 두 번째 간담회의 경우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인사들이 모인만큼 단순 격려 보다는 "갈등을 풀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둘째날 간담회는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진행됐다. 당초 야외인 상춘재에서 '호프타임 후 식사'의 순서로 진행된 첫째날의 형식을 따르려 했지만, 비가 내리며 장소가 실내로 옮겨졌다. 전날의 경우 중소업체 '세븐브로이'의 생맥주를 그대로 마셨으나, 이날의 경우 맥주를 이용한 칵테일을 마시는 것으로 변경됐다. '권위'의 상징인 본관 로비에서 외부 귀빈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건 이례적이다.

첫째날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둘째날에는 간담회를 이틀로 나눈 이유 정도만 설명했다. 건배사도 전날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기업이 잘되어야 경제가 잘 됩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선창했지만, 이날은 "달리 건배사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하여,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새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대화 주제에서도 미세하게 차이가 났다. 첫째날의 주요 주제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경제적 여파 등 현안이었다면, 둘째날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다소 말랑해졌다. 전날의 경우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고 경제 이슈에 대한 말도 많이 했지만, 이날의 경우 질문과 간단한 추임새만 넣는 모습을 보였다. 첫째날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향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다. 착한 기업"이라고 극찬을 한 것과 같은 사례도 물론 없었다.

이같은 온도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둘째날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한진그룹)이 참석했다. .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전자,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 받아온 롯데, '땅콩회항'의 한진그룹 등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을 만났다. 단순한 격려 보다는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과 사회적 책무를 부쩍 강조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청와대는 재계 순위 짝수(27일)-홀수(28일)로 나눠 초대했다고 설명했지만, 첫째날 큰 문제없는 기업의 관계자들이 주로 참석한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요소는 음식이다. 둘째날 칵테일미팅의 안주로는 황태절임, 씨앗 음식, 수박과 치즈가 올라왔다. 황태에 대해서 청와대 측은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는 황태처럼 갈등과 대립을 녹이고 좋은 결과를 위해 안주로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앗 음식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오늘의 자리가 씨앗과 같았으면 한다"는 의미다. 첫째날 호프타임의 주요 안주는 '기운을 내자'는 뜻을 담은 쇠고기 요리였다. 첫째날은 힘을 내서 함께 가자는 의미, 둘째날은 갈등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화 후 나오는 식사 역시 첫째날은 낙지·미역 등 해산물을 버무린 비빔밥이었고 둘째날은 콩나물을 이용한 밥과 오이냉채, 황태포·묵은지·들기름으로 요리한 찜이 나왔다. 안주에 이어 식사에도 "갈등을 끝내자"는 의미의 황태가 올라왔다. 한 겨울의 '황태'처럼 얼어있는 정부와 관계를 녹일 필요가 있는 기업들에게 적합한 메뉴를 고른 셈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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