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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SK이노 '어닝쇼크' 털고, 하반기 대반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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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 추이
(억원)
구분 영업이익
2016년 1분기 8448
2분기 1조1195
3분기 4149
4분기 8494
2017년 1분기 1조43
2분기 4212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유가 하락 여파로 2.4분기 이익이 반토막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주력인 정유사업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고, 잘나가던 석유화학사업도 다소 주춤했다. 윤활유 사업만이 승승장구했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하반기 저유가 시절의 '악몽'이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동요가 없었다. 유가 안정 속에 신흥국 중심의 수요가 살아나고, 수 년간 추진한 '탈 정유' 사업구조 개편을 완성하면서 하반기 대반전을 예고했다.

■정유 부진, 비정유 사업들이 만회
27일 SK이노베이션은 2.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10조5610억원, 영업이익 4212억원의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직전 분기 1조원(1조43억원)이 넘었던 이익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동기(1조1195억원)와 비교해도 영업이익 규모는 62.4%나 급감했다.

2.4분기 지속된 국제 유가 하락 여파가 컸다. 1.4분기 평균 배럴당 53.1달러였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4분기에 배럴당 49.8달러로 1분기 만에 배럴당 3.3달러가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전체 실적의 절반을 차지하던 정유사업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1.4분기 4539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던 정유사업은 2.4분기 125억원 흑자에 그치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유가하락으로 실적과 직결되는 재고평가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2.4분기 정유부분에서만 1700억원의 재고평가 손실을 입었다"며 "여기다 정기보수에 따른 기회손실 비용도 5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정유사업의 부진은 비정유 분야인 석유화학과 윤활유가 메웠다. 석유화학 부문은 전분기 대비 1210억원 감소한 3337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유가 하락을 고려하면 선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윤활유 부문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자동차 친환경 정책 영향으로 윤활기유 제품 판매가격이 인상되면서 전분기보다 오히려 253억원 늘어난 120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유가가 급락했던 2014년 하반기 정유사업 부진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에 빠졌던 것과는 달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사업이 크게 부진했지만 화학·윤활유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석유사업의 부진을 상당부분 상쇄했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변수의 변화에도 2.4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실적은 포트폴리오 진화를 위한 노력의 산물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딥 체인지(사업구조의 근본변화) 2.0’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딥 체인지 전략에 따라 유가 리스크가 큰 정유사업 중심에서 석유화학 등 비정유 중심의 사업구조 개선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특히, 화학사업은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PX) 공장 신설, 중국 중한석화, 울산 아로마틱스, 넥슬렌 등 굵직한 선제적 투자의 결실을 올들어 맺고 있다. 올 상반기 화학사업의 흑자규모가 788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상반기 전체 흑자의 55%에 달한다. 화학과 윤활유를 합친 이익 비중은 무려 70%까지 확대돼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트리플 호재'..대반전 예약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실적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유가 안정, 신흥국 수요 증가, 비정유 사업 호황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3.4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증가 영향으로 경유와 중유를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휘발유는 동절기 수요와 멕시코 정유시설의 정기보수, 아프리카와 남미 등 수요 증가로 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유가가 7월 들어 배럴당 40~50달러 선에서 소폭 상승하면서 재고평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2.4분기 실적 악화의 요인인 정유사업도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기둥인 화학사업은 페트병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 등 아로마틱 제품이 일부 대형 신규시설의 가동지연과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료가를 뺀 마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다, SK이노베이션이 8월 인수 완료 예정인 다우케미칼의 아틸렌아크릴산(EAA)의 수익이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것도 호재다. 승승장구중인 윤활유 사업은 윤활기유 마진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판매량 증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을 생산하는 정보전자소재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4분기 실적만 놓고 봐도 딥 체인지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가 여실히 확인됐다”며 “알래스카에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사업구조와 수익구조 혁신 등을 흔들림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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