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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싱가포르서 어두운 현대사 드러낸 그래픽노블 둘러싸고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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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첨부용/ 찰리 챈 호크 체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싱가포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 때문에 사실상 제재를 받아온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이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상을 수상하면서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CNN은 싱가포르에서 소니 리우(42)의 '찰리 챈 호크 체의 기술(The Art of Charlie Chan Hock Chye)'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찰리 챈 호크 체의 기술'은 앞서 지난 21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권위있는 만화상의 하나로 알려진 아이스너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아이스너 상의 최고 작가/아티스트, 최고 출판 디자인, 아시아 작품 중 최우수 미국판 상 등 삼관왕을 달성했다.

'찰리 챈 호크 체의 기술'은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라고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와 그의 경쟁자 림친 시옹을 주인공으로 한다. 작품은 지난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일어났던 싱가포르 역사의 어두운 면을 되짚어 간다. 내용에는 1955년 폭력적인 파업과 반란, 좌파 정치인들과 노동조합원의 구금, 1987년 마르크스주의자 음모 혐의 등이 포함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감추고 싶던 치부를 들춰낸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찰리 챈 호크 체의 기술'이 잠재적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합법적 권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전 싱가포르예술위원회(NAC)는 이전에 승인한 5870달러(약 657만5000원)의 출판보조금을 철회하기도 했다.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위원회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리우가 아이너스 상을 수상한 첫 싱가포르인이라며 축하를 보냈다. 위원회는 또한 출판보조금은 철회했지만, 리우는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샌디에고에 머물고 있는 리우는 CNN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책은 '찰리 챈'이라고 불리는 만화가의 눈을 통해 본 싱가포르의 본질적인 역사다"라며 "싱가포르의 역사에 대한 공식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책이 잠재적으로 당국을 화가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행복지 않았던 것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유를 추측하는 것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리우는 논란으로 촉발된 대중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출판보조금 철수가 없었다면 이 책은 소셜미디어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일주일만에 초기 인쇄본이 완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며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거나, 책을 읽지 않은 채 '이 책은 반 정부적이다'라고 추청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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