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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고민하는 청소년들, 더 큰 세상으로 나와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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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축제 참석 미국 그래픽 노블 작가 톰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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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소외되고 외로운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다뤄왔던 미국의 그래픽 노블 작가 크레이그 톰슨(42)이 2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제20회 부천만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이 해왔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억압받는 일상에서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상처를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고립시켜서는 안된다.’

그래픽 노블은 예술적 성향을 지닌 작가주의 만화를 뜻한다. 톰슨은 2003년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발표한 <담요>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하비상을 비롯해 이그나츠상 등 만화계 주요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도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해 <담요> <하비비> <안녕, 청키 라이스> <만화가의 여행> 등이 번역돼 있다.

<담요>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선 근본 기독교 주의자인 부모의 억압에 힘들어하는 주인공 소년 ‘크레이그’의 이야기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크레이그는 레이나라는 소녀를 만나며 자신을 억압했던 틀을 깨고 나오게 된다. 톰슨은 “(인물이) 사랑을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타인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가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데뷔작 <안녕, 청키 라이스>가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 주제였던 것처럼, <담요> 역시 큰 주제로는 ‘나’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담요>의 주인공처럼 한국에도 억압적인 부모와 적응하기 어려운 학교생활 등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엔,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톰슨은 “집이나 학교처럼 통제된 공간에 있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더 큰 세상으로 나가면 달라진다”며 “고립되어 있지 말고 넓은 세상에서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톰슨은 이번 부천만화축제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청년, 빛나는’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초기 작품 등이 전시된 해당 주제전에서 20대 당시를 ‘빈곤과 결핍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학비가 없어 예술학교를 자퇴하고 신문배달, 베이글 가게 직원, 텔레마케터, 페인트공, 철물점 직원,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 40시간씩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집에 돌아와선 만화를 그렸다. 돈이 부족해 식료품을 살 수 없을 땐 패스트푸드점에서 버린 음식을 먹기도 했다.

그는 “20대에는 순수함이 있었다”며 “40대가 되어 돌아보니 지금은 그러한 순수와 열정이 다른 것들에 의해 퇴색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방한 일정 중 최고의 경험으로는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꼽았다. 주목하고 있는 한국 만화가로는 홍연식 작가를 들었다. 그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영어로 잘 번역된 한국 만화나 그래픽 노블은 많지 않다”면서도 “영어로 번역되기 전 홍 작가의 작품을 봤는데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땅과 농업에 관련된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되는 유전자변형식물, 산업으로서의 농업 등에 대한 이야기다. 작화 방식은 중국의 수묵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토대로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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