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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공수화 위배”… 한진 제주 지하수 증산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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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상임위 통과/하루 100t→150t 증량 신청/20t 줄여 가결… 25일 본회의/시민단체 “대기업 요구 수용/공수체계 무너져” 강력 반발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제주 지하수 취수량 증산 내용이 담긴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동의안은 25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21일 임시회를 열어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동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상임위는 애초 한국공항이 제시한 1일 150t까지 증산할 수 있도록 한 요청을 1일 130t으로 20t 줄였다.

앞서 한국공항은 지난 3월 증가하는 항공승객 수요 충족을 위해 현재 월 3000t(1일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월 4500t(1일 150t)으로 늘려 달라는 내용의 증량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도 지하수관리위는 “필요한 물량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등의 이유를 달아 두 차례 심사를 유보했으나, 세 번째 열린 심사에서 격론 끝에 원안 가결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으로 한진은 지하수 증산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고 먹는샘물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등 제주 지하수를 통한 사익 추구의 길이 열렸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을 반대하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2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성준 기자


연대회의는 “제주특별법상 공수화(公水化) 원칙은 과도한 지하수 난개발에 의한 지하수 오염과 고갈 등의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며 “먹는샘물은 제주도 공기업만이 취수해 판매하도록 해왔다”고 주장했다. 공수화란 지하수, 지표수, 하천수 등 모든 물을 토지소유권과 분리된 공공자원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면서 지역주민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나누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지하수 공수체계를 무너뜨린 것으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소속 도의원을 제어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기업과 협력하는 일에 나선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환도위에 소속된 민주당 도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종도 한국공항 상무는 “판매량이 10년간 3배 늘었더라도 그중 97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사에서 제주의 물을 비싸게 사서 대한항공 승객과 호텔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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