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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야당] 추경 문턱 넘자마자…이번엔 '불붙은 증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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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가 추경안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섰는데, 이번엔 '증세 논쟁'이란 장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오늘(24일) 야당 발제에서는 달아오르는 증세 논쟁과 추경안 처리 이후 후폭풍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추경'이란 산을 넘었더니, 새로운 산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증세'라는, 어쩌면 더 높은 산이죠. 정부와 여당이 오늘 당정 협의를 통해, 증세 논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예산 낭비를 막고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한다고 해도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것 예상되는 바 법인세 정상화나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등 조세개편에 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증세 논의는 사실 추경안보다 셈법이 더 복잡합니다. 야당은 물론이고, 당장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도 조율이 덜 된 상태입니다.

[김동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부총리께서도 그런데 증세의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정리하고 계시는 거죠?) 지금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원래 부총리께서는 증세 없다고 하셨잖아요?) 당분간 국면에 없다고 얘기한 것은 그동안 이제 공약이라든지…아, 이거 붙잡으면 안 되죠.]

여당은 증세 논의를 재빨리 프레임 전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에 대해서만 증세를 하겠다는 걸 명확히 해서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죠.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증세안에 이름을 붙여달라고 공모를 시작했는데,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부자만 내는 세금이란 뜻에서 '슈퍼 리치세', 'VIP세'라는 의견, 또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내가 조금 더 냄세'라는 재치있는 '네이밍'도 눈에 띄었습니다. 추미애 대표도 공모에 동참했습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 :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 부르고 싶습니다.]

여당의 이런 프레임 전략에 대해, 야당 역시 증세의 역기능을 강조하는 '네이밍'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김태흠/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핀셋 증세는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이 마치 잘못한 짓을 한 것에 대한 벌을 주는 것처럼 징벌적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자, 앞으로 치열해질 증세 논쟁을 예측해보기 위해선 추경안 처리 과정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와 민주당 의원들의 반격입니다. 말하자면, 증세 논쟁에서도 이런 장면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희경/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2일 / 출처 :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 문재인 정부는 기어이 사회주의호를 타려는 것입니까. 직접 실행자가 되겠다고 하는 게 사회주의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말 조심하세요!]

[전희경/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2일 / 출처 :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자녀들이 후대들이 자신들의 부모에게 묻는 날이 올 것입니다. (박근혜 면회 가서 그 얘기하세요.) 엄마 아빠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잘 살던 나라였다는데 (최순실 면회 가서 그 얘기하세요.) 오늘날 왜 이렇게 못 살고 가난한 나라가 되었냐고. (어디서 창피하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 우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당신이 기록될 겁니다.) 지금 추경안이 통과된다면 문재인 정부의…(박근혜 최순실과 당신이 기록될 거야.)]

추경안 정국에선 '신 여소야대 구도'의 위력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26명이 자리를 비우자,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게 된 위기 상황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나홀로 자리를 지킨 자유한국당 장제원, 김현아 의원의 몸값이 자연스레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장 의원을 둘러싸고 설득하는 장면까지 연출됐죠.

결국 장 의원은 추경안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건 아니야'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류여해 최고위원이 "인사받으니 행복하시겠어요~"라며 비꼬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추경 정국을 통해 민주당의 원내 전략은 대략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손을 내밀면서, 자유한국당을 고립시키는 전략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어제) :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먼저 합의를 이끌어내고 자유한국당이 이 합의에 결국 승복하면서 본회의장에 참여한 일은 앞으로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훌륭한 사례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증세 논쟁도 이런 고립 전략에 따라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고립이 곧 강한 야당의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표 : 지금 본부 중대와 1, 2, 3중대가 신4당 연합을 해본들 그게 결국은 야당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자, 오늘은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나 홀로' 고뇌했던 몇몇 의원들을 떠올리면서 음악을 골라봤습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누가 내 편이 돼줄 지

창밖만 바라보는 오늘도

혼자 있는 시간

토이의 '혼자 있는 시간'입니다. 추경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유난히 혼자 고민하는 몇몇 의원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쓸쓸해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누가 내 편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계산하고 설득해야 했죠.

앞으로 펼쳐질 증세 논쟁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정치판의 불문율이, 요즘처럼 실감나던 때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야당 기사 제목은 < 추경 문턱 넘자마자 불붙은 증세 논쟁 >입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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