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자는 우선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 하나의 입장을 서둘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작업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을 확립하겠다"고 한 박 장관의 언급과도 차이가 있다. 문 후보자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은 경찰 수사의 보완적, 이차적 수사를 해야 하고 일부는 직접수사, 특별수사를 통해 사회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완전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독점하는 영장 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온 관행이 남아 있어 한 가지로 정리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찬성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문 후보자는 다만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온 관행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출석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2천여 명의 검사를 지휘해야 할 문 후보자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먼저 검찰 내 인적청산과 법무부의 탈 검찰화 등 '제 살 도려내기'를 총괄 지휘해야 한다. 표류해온 검찰 조직을 안정시켜 대과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애매한 답변을 많이 한 것도 그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선 때부터 검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는 이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연내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곧바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고위간부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검찰 고위직의 인적 쇄신 작업이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그렇지 않아도 검찰 개혁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다. 혹시라도 문 후보자가 검찰 조직을 대변하고 보호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총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장관과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문 후보자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성찰하기 바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