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6)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로써 최 회장과 노 관장의 '30년 인연'도 법적인 마침표를 찍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조정 신청 소식이 알려진 후 노 관장은 매일경제에 "이혼을 원하지 않으며, 당초 이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혼 불가의 뜻을 알려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가사12단독 이은정 판사(44·사법연수원 33기)가 맡았다. 아직 첫 조정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법원이 앞으로 조정기일을 정하고 조정 내용에 대해 최 회장과 노 관장 간의 합의가 이뤄지면 이혼 조정이 성립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혼 소송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언론을 통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며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었다. 당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종교 활동 등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 봤지만, 그때마다 더 이상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최 회장은 편지에서 "이혼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고, 수년 전 저와 그 사람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별거를 이어갔고, 계속된 최 회장의 이혼 요청에 노 관장은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정이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혼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부부의 연은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같이 유학하던 중 만나 1988년 약혼에 이어 결혼에 이르렀다. 재벌 총수의 장남과 대통령의 딸이 만나 '세기의 커플'로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 부부 사이에는 최근 SK바이오팜에 입사한 장녀 최윤정 씨와 해군 장교로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에 참가했던 차녀 최민정 씨 등 두 딸, 미국 브라운대에서 유학 중인 아들 최인근 군 등 1남 2녀가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조정 대상에 재산 분할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노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 분할을 청구하면 재산 분할도 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4조원대 중반에 달하는 최 회장의 재산 분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은 SK(주) 지분 23.4% 등 유가증권 형태의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부동산 및 동산, 월급과 배당으로 받아 모아둔 현금이다.
최 회장 측은 SK(주) 지분이 전적으로 최 회장이 회사경영을 하면서 키운 재산으로, 특히 최 회장이 SK(주) 지분 23.4%를 소유하게 된 연원도 상속을 받거나 직접 매수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혼 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이후 함께 일군 공동 재산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채종원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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