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사진)가 협회 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AI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제약산업'을 주제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약업계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상 중"이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과도 연계해 AI를 제약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 전문위원은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큰 규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분야"라며 "신약 개발은 초기 5000~1만개 신약 후보물질을 1개로 좁혀 가는 과정인데 AI를 활용하면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신약 1건당 연구개발 비용은 평균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5000개 이상 신약 후보 물질 중에서 단지 5개만이 임상시험에 진입한다. 이 중에서도 단 1개의 신약만이 최종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면 모든 경우를 다 실험하고 증명해야 하는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과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임상시험을 최적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 약물의 작용원리 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 기간이 기존보다 10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배 전문위원은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머크와 같은 다국적 제약사는 이미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AI는 전체 신약 개발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초기 후보물질 탐색 단계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협회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바이오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고 정부의 사업화 정책자금을 유치하는 등 노력을 병행할 방침이다. 원희목 협회장은 "제약산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라며 "AI, 바이오 분야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제약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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