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구간 내 북항 터널 이틀째 통제
주택·상가·도로 등 2354건 침수 피해, 침수 골목마다 침수된 집기 쌓여
이재민들 "전에도 침수 피해, 지자체서 대책 마련 안해" 인재(人災) 주장
23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습폭우로 인해 인천김포고속도로 북항터널 구간이 침수되어 통제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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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포고속도로㈜에 따르면 23일 내린 비로 북항 터널 5.5㎞ 구간 중 200m가량에 1m 높이의 빗물이 고였다고 한다.
이틀간 복구작업이 이어졌지만 정상 개통은 26일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23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습폭우로 인해 인천김포고속도로 북항터널 구간이 침수되어 통제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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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포고속도로 관계자는 "해저터널 특성상 바다 밑으로 도로가 이어지도록 설계된 그릇형 구조라 빗물이 고일 수 있어 터널 양쪽 입구와 터널 가운데 등 3곳에 배수펌프를 설치했는데 터널 가운데 설치된 메인 펌프(9000t급)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김포고속도로는 기존 터널 이용 차들을 남청라IC나 인근 중봉대로 등지로 우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3일부터 인천지역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했다.
수도권기상청과 인천시에 따르면 23일 인천 강수량은 남구 110.5mm, 남동구 110mm, 동구 110.5mm, 부평구 92mm, 중구 85.5mm 등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6시15분부터 내린 비는 오전 8∼9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동희 수도권기상청 예보관은 "북한에서 내려오던 장마전선이 수도권 지역에 머물고 서해 등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폭우가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막대했다. 주택과 상가·공장·도로 등 2345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 수만 1000여명이 넘는다. 인천시는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마가 휩쓸고 간 현장은 처참했다. 골목마다 각종 쓰레기와 비에 잠긴 집기들이 쌓여있었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던 가구와 물품을 꺼내 내리는 빗물에 씻어냈다.
23일 중부지방에 100mm가 넘는 장밧비가 쏟아지며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10mm 이상의 강수량을 보인 인천지역은 371곳이 넘게 침수 피해를 입었다.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수해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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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전 9시쯤 주변 상인들이 '물난리가 났다'고 전화를 해 현장에 와보니 물이 역류하면서 허리 높이까지 찼더라"며 "4~5년 전에도 비 때문에 크게 침수 피해를 봐서 이사가려고 했는데 펌프 설치 등 배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반지하나 지하 상가들은 매장 안의 물건을 밖으로 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쪽에 설치된 배수펌프 호수에선 흙탕물이 흘러나왔다. 건물 안에 물이 아직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노후 준비 차원에서 7개월 전에 색소폰 학원을 차렸다는 박영빈(67) 원장은 "일반 도로도 허리춤까지 물이 찼는데 지하는 오죽하겠냐"며 하소연했다.
공공기관도 업무가 마비됐다. 인천남동경찰서 남동지구대는 들어찬 비로 컴퓨터 등 장비들이 모두 물에 잠기면서 지구대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를 모두 개인 휴대전화로 돌려 받고 있는 상태다.
23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인천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사진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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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51층 아파트 2개동(104가구)을 비롯해 인천 400여가구는 이틀째 정전 상태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공장들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인천 서구에서만 27개 공장이 물에 잠겼다.
엘리베이터 부품 생산업체 대원테크놀로지의 박명현(54) 대표는 "빗물이 지하는 물론 1층까지 들어오면서 생산라인을 제대로 돌리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난해도 비 피해를 입어서 서구에 펌프 등 비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었는데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고 인천 서구청을 성토했다.
일부 주민들은 재난안전문자도 뒤늦게 왔다고 주장했다.
23일 인천시민이 받은 재난안전문자. 저지대인 구월동 지역은 오전 9시부터 물에 잠겼다. [사진 독자 제공] |
펌프 등 배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공무원도 쉬는 휴일이라 펌프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오전 10시쯤에서야 펌프가 작동을 한 건지 물이 빠졌다"고 했다.
실제로 소래·구월·삼산 1·2 펌프장 등 상당수 배수펌프는 이미 폭우가 상당 부분 쏟아진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수펌프는 매뉴얼대로 가동했다"며 "하수관로 시설이나 저류지·유수지 현황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폭우·폭설 등 재난의 가능성은 커졌는데 이에 대한 재난 대응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며 "폭우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으면 펌프나 저류지 설치 등 대응책을 만들어 실행해야 하는데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안 만들었으면 적극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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