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공개 토론회서 학생·학부모·교사 '십인십색'
"실효성 위해 강제성 부여해야"…"취지는 공감…방치될까 걱정"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 위한 토론회 |
서울시교육청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머리카락·용모 규제와 관련해 학생들의 개성과 사생활이 존중되도록 학생종합인권계획은 강제성을 띠어야 한다".
"휴대전화나 화장에 중독된 아이들에게 치유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학교의 책무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두고 '교육 3주체'인 학생과 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3년 단위로 수립하는 서울 학생인권정책 청사진이다.
종합계획안 초안에는 머리카락·용모 규제나 소지품 검사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상벌점제 대안 마련, 체벌금지, 성소수자 등 소수자학생 실태조사, 차별예방 가이드북 제작, 선거연령 만 18세로 하향 및 만 16세에 교육감 선거권 부여 등 교육현장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논쟁적 추진 과제가 여럿 포함됐다.
인권조례 적용 당사자인 학생들은 토론회에서 종합계획안에 찬성하면서 강제성이 없는 '일회성 계획'이 많다고 걱정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재현고등학교 서동욱 학생은 "학생인권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보다는 홍보 책자 간행 등 일회성 강한 계획이 많아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군은 머리카락·용모 규제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수많은 학생이 학생인권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외치는 부분"이라며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교육청에서 추진력을 가지고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개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 위한 토론회 |
양정고 김성진 학생은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사항 일부를 채택·수용해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장했다"면서 "학생은 아낌을 받는 대상이 아닌 능동적으로 권리를 쟁취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는 종합계획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업무부담 증가와 기존 학생생활지도 방식과의 충돌을 우려했다.
도봉초등학교 홍의표 교사는 "종합계획안에 담긴 정책 방향에 큰 이견은 없다"면서 "교사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는 현실에서 학교별로 인권담당부서와 담당자를 둔다는 계획은 효과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계획이 교육의 새 이정표가 될지, 교사가 처리해야 할 또 하나의 업무로 전락할지는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창희 상도중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와 충돌하고 교사의 업무를 가중하는 데다가 기존 수립된 방안들과 큰 차이점이 없어 실망스럽다"면서 "체벌을 폭력이라고 표현하면서 금지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영철 대영중 교장은 "학생인권 보장과 함께 (기존 제도에 대한) 교육적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휴대전화·화장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버려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유기회를 주는 것도 학교의 교육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상벌점제 대안 마련에는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처벌 위주 지도 방식 개선과 관련해선 "잘못한 행위에 합당한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노광진씨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인권과 교권이 충돌할 경우 기관장 성향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우려가 있다"며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인권을 보장한다는 미명 아래 사실상 방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이 초안 단계부터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0∼11월 확정안이 나올 때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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