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33분 만에 119 도착…“5분 걸렸다” 거짓 자료
유족 “사고 지점 인근 배수펌프도 작동 안해”
사고 현장 (독자 제공) 2017.7.23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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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문한기 기자 = 지난 23일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익사한 ‘인천 90대 치매노인 사망 사고’가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대에서 사고지점까지 800m에 불과했지만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30분이 넘는 등 늑장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상습 침수 구역인 이곳에 설치된 배수펌프마저 작동하지 않으면서 반지하 가구의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사고가 발생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주민들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다가구주택 A씨(96)의 반지하방이 침수됐다. 치매 환자인 A씨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방에 물이 들어오자 부인 B씨(84)는 곧바로 윗집 주민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이 주민은 9시28분께 A씨를 구출하면서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구조 당시 A씨는 방 안에 가득 찬 빗물 위에 엎드린 채로 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을 움직이고 맥박이 뛰었다.
이후 사고 현장에 도착한 A씨의 아들(61)과 윗집 주민 등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조대가 도착하길 기다렸지만 구조대는 전화로 “A씨를 누가 구조했느냐”, “숨을 쉬느냐” 등을 물어보기만 했을 뿐 30분이 지나도록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신고한 지 33분이 지난 오전 10시1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A씨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A씨의 집에서 119구조대까지의 거리는 800m에 불과했다.
윗집 주민은 “9시28분에 119신고를 한 뒤 9시36분에는 ‘긴급구조를 위해 휴대전화 위치를 파악한다’는 119의 문자도 받았는데 구조대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며 “구조대가 제때 왔더라면 A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소방당국의 늑장대처를 비난했다.
숨진 A씨(96)의 이웃이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한 통화 기록과 119로부터 받은 문자. 2017.7.23 © News1 문한기 기자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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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인천소방본부는 전날 오전 9시54분께 첫 구조 신고를 접수하고 즉시 출동해 A씨를 12분 만에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같은 날 9시28분에 첫 구조 신고를 했다는 신고자의 주장에 대해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늑장 대응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뉴스1이 취재에 들어가자 “오늘 하루 비 피해로 119 신고가 6000건을 넘는 등 전화가 폭주해 ARS 자동응답 시스템과 상황실 직원이 사고 개요와 장소만 접수한 뒤 순차적으로 출동을 보내는 수동 관리 시스템을 병행 운영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연 출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고지점이 평소 상습 침수구역으로 분류돼 인근에 미리 배수펌프를 설치했지만 정작 비가 왔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도 이번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씨의 아들은 “사고 지점 인근 놀이터에 배수펌프가 설치돼 호우시 작동하도록 돼 있는데 전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호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비가 왔는데 인천시나 남동구에서 미리 인원을 배치해 펌프를 작동했더라면 침수량도 줄어 이런 식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유족들은 전날 오후 사고 현장을 찾은 장석현 남동구청장에게 이같은 아쉬움을 전달했다. 장 구청장은 “정말 배수펌프 작동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대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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