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장정윤·김주현 씨 "정체성 교육은 우리가 전문가"
재외동포재단의 '2017 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에 참가한 강정숙(62·미국 LA글렌데일한국학교), 장정윤(45. 과테말라 한글학교), 김주현(26. 인도네시아 족자한글학교) 교사가 24일 연합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사는 나의 천직"이라며 한목소리로 한 말이다.
1994년 미국으로 이주하던 첫해부터 한글학교 교사를 시작해 23년째 근무하는 강 씨는 한국 공립학교 교사 출신이다. 이민으로 교사를 그만두었지만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던 그는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계 아이들에게 모국을 알리는 일이라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매주 토요일은 거의 학교에서 지내다 보니 정작 자녀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교사 일에 매달릴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이해와 지지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강 씨가 강조하는 한글학교 교육의 핵심은 '정체성 확립'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2, 3세들은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희박하다보니 한국계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는 "모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접하면 아이들이 더 의기소침해진다"며 "동포사회와 모국은 공생관계"라고 지적했다. 모국이 발전하면 동포들이 어깨를 펴고 살고, 동포들이 주류사회에서 활약하면 한국의 이미지가 올라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과테말라 한글학교에서 한국문화예술반을 맡은 장정윤 씨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한글학교는 비정규학교지만 동포사회와 모국을 이어주는 대표적 차세대 교육기관"이라며 "교사들은 주말 반나절 교육을 위해 일주일간 수업준비를 하고, 사이버 교육 강좌를 듣고, 머리를 맞대고 교재를 개발한다.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문을 연 한인회관에 학교가 입주하면서 셋방살이를 벗어난 것이 가장 큰 경사"라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 내 집 마련한 것처럼 기뻐했다"고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족자한글학교에서 4년째 교사로 재직하는 김주현 씨는 족자UKDW 대학 4학년생이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한글학교를 찾아가 교사를 지원한 것"이라며 "봉사하려고 시작했지만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고 감사해했다.
그는 "낯선 땅에서 살다보니 한국말이 서투르던 아이들이 또렷한 발음으로 인사를 하고 한국 예절을 따라 할 때가 제일 보람을 느낀다"며 "졸업 후 현지 기업에 취업을 해도 봉사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마다 처한 교육환경이 다르지만 교사들은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교육전문가'라며 자원봉사자라는 선입견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교통비 수준의 열악한 보수를 받는데 사실 받은 것보다 더 많이 학생들에게 씁니다. 현장에서는 젊은 교사 수급이 제일 큰 고민인데 지금처럼 봉사라며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으로는 학교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모국의 재정 지원도 늘어야 하고 교사 연수도 확대돼야 합니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생기고 차세대 교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개막한 교사연수는 이날 경기도 용인 외대캠퍼스 백년관에서 박기태 반크 단장의 '해외 한국 오류시정을 위한 한글학교의 역할'이란 특강을 끝으로 폐회했다.
전 세계 48개국에서 참가한 132명의 한글학교 교사들은 7박 8일 동안 다양한 교수법을 배웠고, 문화·예술 매개 교육과 현장 학습 등에 참여했다.
최동준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는 폐회식에서 "한글학교 교사들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와 달리 동포 차세대에 우리말과 역사·문화를 전하는 뿌리 교육을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라고 격려한 뒤 "교육자로서 전문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네트워크 기반 조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과 용인에서 열린 '2017 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에 참가한 김주현 인도네시아 족자한글학교 교사(사진 좌측), 강정숙 미국 LA 글렌데일한국학교 교감, 장정윤 과테말라 한글학교 교사(사진 우측)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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