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거래 관련 커뮤니티에 이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투자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5일이 올 상반기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화폐에 세금을 매기다니요. 세금 안 냅니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닙니다.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게 원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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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거래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세금 문제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속시원한 답은 아직 찾기 어렵다.
비트코인 수익냈다가 탈세범 될까 걱정
비트코인을 사고팔아 수익을 낸 대학원생 한주성(26)씨는 "가상화폐는 아직 관련 법 규정이 없어서 세금 안 내도 되는 게 아닌가? 주변 투자자 중에 세금 낸 사람은 못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사업자등록을 한 자영업자는 더 찝찝하다.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 안에 신고를 안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을 제작·판매하는 개발자이자 개인사업자인 최모(28)씨는 "비트코인으로 소액을 벌었다. 괜히 신고를 안 했다가 탈세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금융·과세 당국은 국내에서 가상화폐의 성격을 화폐로 볼 지, 재화로 볼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화폐인지, 재화인지 결론 안나
정책 당국이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해야 과세 여부도 결정된다.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면 가상화폐 거래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화폐간 거래를 통한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러·엔화 등 가지고 있던 외화의 환율이 변해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과 같다.
반대로 가상화폐를 재화로 보면 가상화폐를 거래한 경우 부가가치세를 내야한다. 부가가치세법에선 재화를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라고 규정한다. 이때 재산 가치가 있는 권리는 "물건 외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사이버 게임머니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재화"로 인정했다.
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은 가상화폐를 화폐의 일종으로 본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2015년 "스웨덴의 화폐 크로나와 비트코인을 교환하는 것은 화폐간 교환"이라며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고 판결했다.
영국에선 2014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에 부과하던 부가가치세를 폐지했다. 일본 역시 이달부터 가상화폐를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 과세를 중지했다. 반면 미국 뉴욕주·호주·중국 등에선 가상화폐를 재화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은 '가상통화 제도화 TF'를 꾸려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이다.
현재까진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금융당국 기관은 없다. 한국은행 측은 "가상화폐는 화폐 지위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에서도 "화폐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세당국인 국세청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통용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만 밝혔다.
실무적으로는 어떤 상황일까. 기자가 가상화폐를 산 소비자 입장에서 국세청 담당자와 직접 상담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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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비트코인을 사고팔아서 500만원을 벌었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해야하나?
A :
아직은 할 필요 없다. 과세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법령이 정해지지 않았다."
Q :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재화인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
A :
맞다. 비트코인 성격이 정해져야 과세 대상인지도 정할 수 있다"
Q : 개인사업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탈세자가 되는 건 아닌가?
A :
아직은 아니다."
Q : 추후에 법령이 제정돼 가상화폐가 과세 대상이 되면 그동안 번 돈에 대해 소급해서 세금을 내야할 가능성은 없나? 세금폭탄 맞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A :
소급해서 과세하는 법령은 극히 드물다. 일반적인 경우 없다고 봐도 된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결론은 '아직은' 가상화폐 거래로 돈을 벌어도 세금 신고는 할 필요가 없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규제 무풍지대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이 규정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거래소 접속자가 폭주하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인 빗썸(bithumb)과 코인원(coinone)의 서버가 다운돼 접속이 중단됐다.
이후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거래소들의 접속 중단 사태는 빈번히 발생했다. 또 야피존(yapizon), 빗썸 등 거래소는 해킹을 당해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투자자 박진욱(28)씨는 "하루 1조원 가까이 자산이 거래되는 거래소에 아무런 규제가 없어 아수라장이다.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인터넷쇼핑몰과 같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고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를 '가상통화교환업'으로 분류했다. 가상화폐가 화폐로 인정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따라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 등 관련 영업활동을 할 때 인가를 받도록 하는 금융전자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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