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30㎜의 폭우로 인천에서 90대 노인이 사망하고 정전, 침수, 지하철 운행 중단, 도로 통제 등 수도권 곳곳에서 비 피해가 났다. 기상청 예보만 믿고 편히 쉬던 시민들은 휴일 아침부터 ‘물폭탄’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오후 5시 예보를 통해 서울의 강수 확률은 오전과 오후 각각 60%, 20%로 예측하면서 ‘흐리고 한때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온 인천의 경우 강수 확률은 오전, 오후 각각 30%, 20%로 흐릴 것으로만 예보됐다.
그러나 예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경기 고양의 누적 강수량이 155.5㎜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서울ㆍ의왕 135.5㎜, 시흥 129.0㎜, 군포 121.5㎜, 광명 109.0㎜, 양주 107.0 ㎜, 인천 92.0㎜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100㎜ 안팎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북한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시속 30㎞였는데 서울, 경기를 지나면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며 한 시간 사이에 강한 비를 뿌렸다”고 해명했다.
인천에서는 일기예보만 믿고 잠자던 90대 노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지하철 공사장 안에서 작업하던 7명의 인부가 차오르는 물에 갇혔다가 한 시간여만에 구조됐다. 자칫 잘못하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국민안전처가 보내는 안전문자도 이날 일부 지역이 허리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오전 9시24분에서야 시민들에게 보내줘 ‘늑장대응’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자 내용도 ‘오늘 9시20분 호우경보, 산사태, 상습침수 등 위험지역 대피, 외출자제 등 안전 주의바랍니다’ 등 지역 등이 빠진 허술한 것이었다.
인천 주안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일기예보에는 한 때 비라고 해 휴일 아침 쉬고 있다가 가게 나왔더니 물이 허리높이까지 차 있었다”며 “각종 의약품과 의료기기들이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박세환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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