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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청년층 31% “아무리 힘들어도 中企 취직은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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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2016년 청년 사회ㆍ경제 실태’

최악 취업난에도 중기는 구인난 허덕

낮은 급여·불안한 고용 등 가장 큰 불만

직장 선택 적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

“처우 개선 된다면 중기취업 의사” 27%


#. 인천에 사는 백모(33) 씨는 3년 전 다니던 지방 중소기업에 사표를 내고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길을 택했다.

관리직 사원이었지만 공장이 바쁘면 새벽까지 제조라인에 투입돼 일손을 도와야 했고 시도 때도 없이 호출을 하는 상사 때문에 주말에도 불려나가기 일쑤였다.

‘저녁이 있는 삶’은 꿈도 못 꿨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시간도 내기 힘들어 5년 사귀던 여자친구와 자주 못 만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됐다. 무엇보다도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회사는 불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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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씨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7급 공무원인 누나가 부럽기만 했다. 백 씨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내 삶이 없었다”고 회상하며 “정년이 보장되고 공무원들의 복지혜택이 가장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생 신분으로 부모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지만 공무원이 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면서 “앞으로 2년간 더 도전해 보고 실패한다면 창업을 준비하겠다.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않겠다”고 했다.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한쪽에서는 ‘취업할 곳이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이유로는 불안한 고용과 낮은 급여 수준을 꼽았고 직업 선택에 있어 적성보다는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5∼39세 남녀 253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블루노트, 2016년 청년 사회ㆍ경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31.1%)은 최악의 취업난에도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28.2%는 ‘고용 불안정’을, 22.6%는 ‘낮은 급여 수준’을 꼽았다.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없음(15.8%), 사회적으로 낮은 인지도(11.1%), 대기업보다 낮은 성취감(10.1%) 등이 뒤를 이었다.

관련된 여러 업무경험의 부재(4.2%),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불가능(1.8%), 기타(5.7%), 모름ㆍ무응답(0.6%)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33.8%)가 20대(26.6%)보다 더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했다.

선호하는 직장으로 청년 31.0%가 ‘안정적 회사’를 꼽아, ‘적성에 맞는 회사’(25.6%)나 ‘급여가 많은 회사’(18.3%)보다 높았다. 이는 공무원시험 열풍과도 맞물린다.

청년들은 대기업보다 받는 돈은 적게 받아도 확실한 정년과 복지가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뒤를 이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10.5%), 분위기가 좋은 회사(8.8%), 유명한 회사(2.9%), 퇴근이 빠른 회사(2.7%)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취직에 대한 여지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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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위기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27.3%)’와 ‘학교의 취업지원 강화’(24.6%) 등을 꼽았다.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의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개선된다면 취업할 의향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전공(20.2%)보다는 개인의 능력(39.3%)을 꼽았다. 학벌(출신학교의 명성, 12.6%)도 취업에서 무시못할 중요한 요소로 인식했다. 이어 자격증(11.0%), 인성(10.0%), 외모(2.6%), 어학점수(1.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취업중인 청년 10명 중 6명(59.7%)은 직무와 전공이 불일치한다고 답했다. 청년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만 15~39세 68.5%는 ‘한국은 학벌사회다’고 답했고 42.7%는 ‘대학을 나오는 것은 필수’라고 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한 청년이 41.4%로 ‘아니다’고 답한 23.3%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36.6%는 대학이 사회에서 필요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고 답하면서 긍정응답(27.3%)를 압도했다.

가까운 미래인 2025년에도 취업경쟁이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심화할 것’43%, ‘현재와 비슷할 것’ 39%). 취업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보는 청년들은 18%에 그쳤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고용이 안정된다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도 취업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알수 있었다”며 “중소기업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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