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속한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학생·교수진
“육군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촉구
군인권센터, 육군 회의 내용 입수 토대로
“유가족 위로없이 여론 악화에만 집중” 비판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지난 19일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고 고필주 학우를 추모하며 학교 친구들과 교수진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임병들에게 당한 가혹행위를 수첩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일병의 친구들이 육군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인권센터는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육군 대책회의 결과 보고를 토대로 “육군이 유가족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논의 없이 여론 악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와 교수진, 문과대학 학생회,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22사단 선임들의 구타, 폭언, 추행 등의 가혹행위로 인해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 고필주 학우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군 당국은 적폐를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를 엄벌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고 일병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왔다가 병원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갖고 있던 수첩에는 “부대에서 일을 하는데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부식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임들이 ‘짬 좀 찼냐’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등 선임병 3명에게 당한 가혹행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고 고필주 일병의 친구들과 교수진들이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홍익대 학우들과 교수진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엄히 처벌하라’, ‘육군 제22사단장 김정수 소장 및 대대장 김정열 중령 등 책임자들을 보직해임하고 중징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기자회견 자리를 지켰다. 몇몇 학우들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인의 스승이었던 홍익대 송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고필주군처럼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사회라면, 이는 결코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진상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면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문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24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주관의 ‘현안 업무 점검 회의’ 결과 보고 내용. 군인권센터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육군참모차장 주관의 회의 내용을 토대로 육군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 없이 여론 악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가 공개한 지난 21일 오전 7시40분 참모차장실에서 진행된 정연봉 육군참모차장(계급 중장, 육사 38기) 주관의 ‘현안 업무 점검 회의 결과 보고’ 문자 메시지를 보면, 22사단 일병 사망에 대해 가장 먼저 ‘1.언론 매체 및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 확산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됨’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더해 별표를 친 ‘육군참모차장 강조사항’에는 ‘사전에 issue(이슈)화 될 소지가 다분한 사항이었는데도 언론 동향을 미체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 ‘공보대응 측면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유가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함’이라고 나와 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은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재발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 등에 대한 내용은 아무 것도 논의하지 않은 채 여론 악화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며 “겉으로는 유족을 위하는척 하면서, 내부에서는 유족을 통제하고 언론을 관리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점은 망자와 유족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육군은 이에 대해 “언론 공보 관련 내용은 언론 보도 후 사실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육군이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야기시킨 점에 대해 지적하고 향후 신속하고 투명한 공보활동을 당부한 것”이라며 “육군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엄정수사 등에 대해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회의시 지시내용도 왜곡 해석된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황금비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