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동맥폐쇄의 병인, 그에 따른 뇌경색 및 혈관질환 발생 체계적으로 조사한 국내 최초 연구
눈의 시세포가 위치하는 망막에는 동맥과 정맥이 존재하며, 망막동맥이 시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여 시각적 기능을 유지한다. 망막동맥이 막힐 경우 망막 신경세포로의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세포가 파괴되며 급격한 시력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급격한 시력저하에 대해 단순히 안과적인 문제일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이러한 환자들에서 많은 환자들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혈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뇌경색 발생이 시력소실과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망막동맥폐쇄 환자의 뇌경색 발생이 뇌경색 환자의 뇌경색 재발률과 거의 비슷하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망막중심동맥폐쇄로 인한 시력 소실 발병률은 매년 인구 10만 명당 2명꼴로,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매년 인구 1만 명당 1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망막동맥폐쇄에 대한 원인과 그 원인에 따른 뇌경색 발생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와 안과 우세준 교수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망막혈관폐쇄의 병인과 그에 따른 뇌경색 및 혈관질환의 발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03년 9월부터 2013년 6월 사이에 급성 망막동맥폐쇄로 분당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MRA) 등을 포함한 영상검사와 혈관성 위험인자 검사를 시행한 15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망막동맥폐쇄 환자 151명 중 87명(58%)이 고혈압을, 35명(23%)이 당뇨병을, 35명(23%)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망막동맥폐쇄 환자들이 뇌경색과 동일한 위험인자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기 전에 16명의 환자(10.6%)가 이미 뇌졸중과 일시적인 허혈발작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망막동맥폐쇄 발생 1년 이내에 약 10%의 환자에서 뇌경색이 발생했으며, 발생한 뇌경색의 대부분이(57%) 망막동맥폐쇄 1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외국의 연구결과와는 다르게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을 가진 환자들(40%)이 많았으며, 이러한 환자들에서 후속 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갑작스러운 시력소실이 망막동맥폐쇄에 의해 발생한 경우, 10명 중 1명 비율로 뇌경색이 발생하며, 대부분 망막동맥폐쇄 발생 1개월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한다. 특히 동측 뇌경색 발생의 위험이 월등히 높고, 혈관검사상에서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을 가진 환자들에서는 후속 혈관질환이 특히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돼, 시력소실 후 2차 혈관질환 발생 예방을 위해서는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 특히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을 가진 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경과 한문구 교수는 “갑작스러운 한쪽 눈의 시력소실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망막동맥폐쇄를 빨리 진단하고 원인을 조사해 그에 따른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들의 뇌경색 발생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중요하다”며,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특히 갑작스러운 시력소실이 발생한 환자들 사이에서 망막혈관폐쇄에 대한 인식을 보다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대단위의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망막혈관이 막히는 질환이 뇌경색 및 뇌혈관질환과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평소 정기적인 검진과 상담을 통해 망막동맥폐쇄는 물론 뇌경색 및 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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