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특가상품? 여행경비는 가이드몫
- 선택관광·쇼핑센터 물건 사야 수익
- "40불 팁이라도 온전히 받고 싶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중길(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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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휴가 계획들 세우셨습니까? 여행사에서 '초특가 상품'으로 내놓는 패키지 해외여행 놓고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망설이신다면 어떤 점 때문에 망설이세요? 아마도 상점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구매를 강요한다든지 아니면 선택 관광을 잔뜩 넣어놓은 뒤에 강요를 하는 이런 경우라든지. 아니면 현지 가이드팁이 포함돼 있는 것처럼 광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따로 걷어서 줘야 되는 경우라든지 이런 피해를 당해 본 사례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데 현지의 한인 가이드들이 "소비자들뿐 아니라 우리도 피해자다"라면서 한국까지 날아와서 지금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태국에서 21년 동안 해외여행 가이드로 일하신 분이세요. 전중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전중길 씨, 안녕하세요.
◆ 전중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태국에서 한국으로 와계시는 거예요?
◆ 전중길> 네, 지금 들어와 있습니다.
◇ 김현정> 먼저 해외여행 가이드가 나오셨으니까 그동안 궁금했던 것부터 좀 질문을 드릴게요. 먼저 패키지 해외여행 하면 늘 쇼핑센터를 너무 많이 다닌다 이런 얘기들 하세요. 물론 꼭 필요한 곳이면 한두 곳 정도는 기념품 사러 들릴 수 있습니다마는 그렇게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 곳을 여러 군데 데리고 다니는 건 왜 그러는 겁니까?
◆ 전중길> 일단 34만 9000원, 뭐 44만 9000원 이런 상품들이 많잖아요. 여행사에서는 일단 모객을 해서 여행경비를 10원도 안 주고 손님만 보내는 거예요.
◇ 김현정> 34만 9000원짜리 여행이다 하면 거의 그냥 비행기 티켓값하고 호텔비 정도 들어간 가격, 원가 그대로인 채로 그냥 보낸다?
◆ 전중길> 그렇죠. 손님들이 싼 가격에 오시기 때문에 그걸 충당하기 위해서 쇼핑센터를 여러 군데를 모시고 가요. 그래서 34만 원, 45만 원 이런 상품 같은 경우에는 1인당 80만 원 정도를 써야 하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80만 원은 있어야 되는 여행 스케줄인데 한국에서 모객을 할 때는 34만 원, 45만 원 이렇게 모객을 한단 얘기죠. 그러면 밑지는 장사 아닙니까? 그런데 밑지는 장사를 왜 합니까?
◆ 전중길> 그래서 저희가 여행이 시작되면 선택관광, 옵션부터 설명을 해야 합니다. 손님이 선택옵션을 선택하면 그때 받은 돈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정리하면, 한국에서 큰 여행사들은 현지 여행 가이드에게 한 푼도 안 주고 손님들을 보내버려요. 그러면 당장 이 손님을 받은 가이드는 여행 일정을 운영할 돈이 있어야 되는데 돈이 한 푼도 없으니까 옵션부터 신청을 받는 거예요. 스킨스쿠버 하실래요, 이렇게? 거기에서 현금 받아든 걸 가지고 일단 여행을 시작한다 이 말씀이시군요.
◆ 전중길>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하나라도 더 하게 하려고 강요를 하게 되고 눈치도 주게 되고 이렇게 하게 되시는 거겠네요?
◆ 전중길> 네.
◇ 김현정> 그러면 쇼핑센터도 많이 들르고 이런 건 왜 그래요? 그것도 역시 뭔가를 남겨야 되니까?
◆ 전중길> 그렇죠. 일단 1인당 80만 원을 써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그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옵션과 쇼핑을 하셔야 되는데. 쇼핑을 할 경우 손님이 물건을 사시면 30% 정도 마진이 남아요.
◇ 김현정> 만약 10만 원짜리를 샀으면 3만 원은 떼주는 거예요?
◆ 전중길> 그렇죠. 3만 원 떼주죠.
◇ 김현정> 결국은 한 곳이라도 더 그 마진을 주는 곳으로 가야 되겠네요. 식당이라든지 이런 곳은 왜 불만들이 많은 거죠? 이것도 정해진 게 있는 겁니까?
◆ 전중길> 손님들이 옵션 관광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돈이 없어요. 그러니까 돈을 아껴써야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식당도 좀 안 좋은 데 갈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그러면 쇼핑센터나 옵션 관광 마진을 받게 되면, 일정 부분 떼서 한국 본사로 보내줘야 됩니까?
◆ 전중길> 네, 일정 부분 보내줍니다. 한국 여행사에서 인두세라고 해서 1인당 2-3만 원씩을 떼갑니다. 손님 받기도 전에 몇 명 갈거다라고 하고 보내면서 1인당 일정 부분을 뗍니다.
◇ 김현정> 이게 참 굉장히 복잡하네요.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선생님이 일하시는 태국에서만 그런 건가요?
◆ 전중길> 저희 태국만 그런 게 아니고요. 동남아 거의 다 비슷합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의 박인규 본부장과 전중길 사무처장 (사진=전중길 사무처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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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말씀을 듣고 보니까 현지 가이드 분들도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러면 만약 한국 여행사에서 정해 준 규정을 안 따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전중길> 팀을 주지 않습니다, 현지에. 모객한 손님을 안 주고 가이드도 퇴사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손님들 불만을 면전에서 받아야 되는 분들은 다 현지 가이드인데 이런 불만들 한두 가지 받으신 게 아니시겠어요.
◆ 전중길> 그렇죠.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들어봤고요. 무슨 이게 여행이냐. 보통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손님들을 모시고 다녀야 돼요. 그래서 손님들이 너무 힘드시고 밤 늦게까지 다니기 때문에 "개처럼 끌고 다닌다" 이렇게 말씀들을 하세요.
◇ 김현정> 왜 우리를 개처럼 끌고 다니냐, 이런 얘기까지 들으세요?
◆ 전중길> 네. 가슴이 굉장히 아프죠.
◇ 김현정> 심정적으로 속상한 것도 있지만 지금 보니까 이게 구조적으로도 이렇게 고생하는데 별로 마진도 안 남겠어요.
◆ 전중길> 네. 마진뿐만 아니라 아예 벌지 못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예 손해볼 때도 있죠.
◇ 김현정> 어떤 경우에 손해를 봅니까?
◆ 전중길> 예를 들어서 손님들은 가이드한테 40불이라는 팁이라는 걸 주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날씨가 덥다 보니까 손님들 물도 사드려야 되고. 또 어르신들은 식사 중에 "어이, 가이드. 소주 한 병 안 사?"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 손님들을 기분 좋게 해 드려야만 나중에 귀국할 적에 필요한 게 있으시면 사실 거 아녜요. 그래서 과일도 좀 사드려야 되고 물도 좀 사드려야 되고 심지어는 맥주까지도 사드려야. 쉽게 말해서 고객 비위를 맞추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분들이 쇼핑센터 가서 물건을 많이 안 산다든지 선택관광을 별로 안 선택했다든지 이럴 경우에는 수입이 적자가 될 수 있는 거군요.
◆ 전중길> 네. 그러니까 손님이 1인당 80만 원이라는 돈을 쓰지 않았을 경우에는 수익이 0이라는 얘기예요. 여행사하고 가이드는 수익이 아예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가이드가 메꾸기를 해야 되는 구조.
◆ 전중길> 그렇죠. 메꾸기를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 김현정> 지금 국회에서 인천공항에서 여행사 본사 앞에서 1인 시위하고 계시죠. 몇 분이나 참여하세요?
◆ 전중길> 지금 두 분이 나오셨어요.
◇ 김현정> 두 분 나오셨어요? 이게 이렇게 이름 내놓고 얼굴 내놓고 시위하다가 나중에 불이익 당하면 어떡하세요?
◆ 전중길> 불이익 당해도 뭐 어쩔 수 없죠. 지금 각 여행사, 전 여행사에 저희 두 명의 이름이 아마 다 올라갔을 겁니다. 일단 태국에서는 아마 여행업을 하지 못하겠죠.
◇ 김현정> 아이고...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이렇게 1인 시위 나서실 수밖에 없는 건 이것만이라도 개선해 달라,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 전중길> 일단 너무 많은, 10원도 주지 않는 여행들. 사람만 모집해서 보내는 '제로 여행' 이게 근절돼야 하고요. 그다음에 손님들이 와서 주는 가이드에 대한 팁 40불. 그걸 가이드의 수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현지 가이드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그래서 손님들한테도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이 여행 시스템이 바뀌어야 된다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일자리를 '목숨'이라고 한다면 목숨 걸고 나오신 거예요. 생계를 걸고 나오신 분들입니다. 사실 우리 여행자들은 그래요. 가이드한테 적절한 월급이 주어지고 그런 상태에서 초특가 상품을 여행사들이 피해보면서, 한국의 여행사들이 조금씩 희생하면서 보내주는 건 줄 알았는데 이런 착취의 구조가 있다는 건 이건 잘 몰랐네요. 언제 돌아가세요?
◆ 전중길> 저희 이제 곧 돌아갑니다. 일요일까지는 비자 때문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 김현정> 그전에 아무쪼록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잘 해결되길 저희들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전중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태국에서 21년째 여행 가이드를 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1인시위에 나선 전중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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