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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野민주가 주장했던 ‘이완구법’이 있었다면 불가능했던 與민주 ‘추경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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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겸직 현역의원들의 활약에 통과된 추경

-2015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이를 비판하며 ‘국회법개정안’ 발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여당과 야당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그래서 여당이 된 야당은 과거 야당 시절 자신이 비판했던 것들을 똑같이 반복한다. 야당이 된 여당도 마찬가지다. 과거 야당을 보며 “저러지 말아야지” 꾸짖던 여당은, 야당이 되면 똑 같은 행동을 하고만다. 그것이 정치다.

이런 모순된 정치 현실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사진=22일 본회의장에서 장관석이 아닌 국회의원 자리에 앉은 김부겸 장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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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토요일인 22일 열린 본회의장 풍경이다. 통상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지역구에 내려가 민원을 듣고 표밭 관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개인적인 일과를 수행하는 것이 여의도 국회의 관례다. 갑작스레 잡힌 토요일 본회의 일정이 시작부터 불안했던 이유다.

추경 본회의 처리를 위해 필요한 정족수는 최소 150명. 하지만 이날 추경 처리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 숫자는 100여명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불참을 결정한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서 여당인 민주당은 소속 의원 120명 모두 참석을 위해 며칠 전부터 전화와 문자 등으로 비상 대기를 알렸다.

하지만 토요일 열린 본회의에 모인 것은 100명이 안됐다. 예정됐던 해외 일정, 또 지역구 행사와 개인적 일정 등으로 어쩔 수 없는 결원이 대부분이였다.

이 때 추경에 목타는 청와대와 여당을 구한 것은 바로 ‘장관 국회의원’들이다. 통상 장관이 된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표결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법상으로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의 직을 겸직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등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을 감안하면, 엄정한 3권 분립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의 활동은 잠시 접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표결에는 김영춘, 김부겸, 도종환, 김현미 등 장관 겸직 의원들도 국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이 본회의장 장관석에만 앉아있었다면 표결 자체가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심지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장에서도 추경을 구했다.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문제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추경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 참석을 거부하자, 정족수를 못 채울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업무에 바쁜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2015년에도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최경환, 황우여, 김희정 3명의 국회의원 출신 장관 겸임자들을 본회의에 참석, 표결을 강행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소위 ‘이완구법’까지 제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겸 유승희 의원은 국회의원 출신 총리나 장관의 국회 내 활동을 제한하는 국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공무원의 직을 겸직하는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였다. 또 국회 상임위원, 특별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 윤리특별위원을 각각 사임해야 하고 재적의원 수에도 산입되지 않도록 했다.

만약 민주당의 이런 뜻이 당시 받아드려졌다면, 2017년 7월 22일 추경 처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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