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때부터 내부승진…헌법기구화 추진 앞두고 '쇄신 시금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석이 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사무총장 후임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헌법기구화 추진을 앞두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상황에서 사무총장 인선이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대내외 시각 때문이다.
24일 인권위 안팎에 따르면 사무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인권위가 설립된 2001년부터 외부 인권전문가에게 개방해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을 지낸 최영애 초대 사무총장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출신 곽노현 전 총장(전 서울시교육감),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한 김칠준 전 총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현병철 전 위원장 때부터 내부 인사가 승진됐다. 2010년 7월∼2015년 11월 재직한 손심길 전 총장은 형식상 사직한 뒤 곧바로 임명됐고, 2015년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재임한 안석모 전 총장은 바뀐 규정에 따라 승진 발령됐다.
인권단체들은 일반직 공무원이 사무총장에 앉은 이후부터 인권위가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관료화가 심해졌다며 이 자리를 다시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승진 대상이 되면 자리를 두고 '줄타기'를 하거나 승진을 위해 정부와의 갈등을 피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에서도 사무총장직 개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안 전 총장이 주도한 혁신TF는 사무총장 등 간부직을 외부에 더 많이 개방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안석모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
문제는 인권위가 마땅한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인권위와 인권단체의 접촉이 줄어든 데다, 외부의 이성호 위원장 평가도 엇갈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1년이므로 새 사무총장도 사실상 '1년짜리'로 받아들여지는 점도 인선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가 다시 사무총장을 내부승진으로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내·외부를 막론하고 역량과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고 언급해 인권단체들과 시각차를 보였다.
내부 일각에서는 외부 개방 지적과 관련해 내부 인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현병철 전 위원장 체제 당시 안에서 싸워온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해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명숙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사무총장 개방은 인권위 설립 목적상 당연하며 외부 인선이 어렵다는 건 내부승진을 염두에 둔 핑곗거리"라며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장 사퇴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다시 사무총장을 내부승진 임명한다면 쇄신 의지가 없다는 뜻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꼴"이라며 "위원장 임기와 관계없이 쇄신을 주도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대표도 "인선 공백 장기화는 문제"라며 "인권·시민단체에 먼저 손을 내밀어 관계를 복원하고 적절한 인물을 추천받는 등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무총장 인선보다 위원장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장으로 있다가 현 전 위원장 취임 이후 자진 퇴직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사무총장 인선은 인권위 쇄신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인권위가 그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위원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인권단체·시민사회와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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